[사설] 현대건설 매각에 새 방식 모색해야

입력 2010-12-17 17:42

현대건설 매각이 원점으로 되돌아온다. 17일 현대건설 주주협의회(채권단)가 현대그룹의 현대건설 우선협상대상자 지위 박탈을 추진하고 있기 때문이다. 양해각서(MOU) 해지 및 본계약(주식매매계약) 체결 여부 등이 안건으로 올랐다. 최종 결정은 채권단 의견이 모아지는 22일 내려지겠지만 현대그룹의 현대건설 인수는 사실상 물 건너간 듯하다.

파국으로 치달은 직접 원인은 현대그룹에 있다. 현대그룹은 인수대금에 포함된 프랑스 나티시스 은행 대출금 1조2000억원에 대한 대출계약서를 끝까지 제출하지 않았다. 대출에 뭔가 특별한 조건이 붙어 있는 게 아닌가 하는 채권단의 의혹을 현대그룹은 말끔히 해소하지 못한 것이다.

자금 조달의 투명성을 요구하는 채권단 요구에 현대그룹은 줄곧 반발해 왔고, 이번 조치에 대해서도 법적으로 대응할 태세다. 지루한 법정 공방이 계속되는 한 현대건설 매각은 중단되는 처지가 될 수밖에 없다. 가장 걱정되는 사태가 벌어지는 셈이다.

매각이 순조롭게 진행되지 않으면, 9년 만인 지난해 시공능력 국내 1위로 복귀한 현대건설은 다시 휘청거릴 수밖에 없다. 어렵게 회생한 현대건설에 주인을 찾아준다는 명목만 앞세워 매각 작업과 이를 둘러싼 법정 공방이 이어진다면 최근 순조로운 현대건설 경영이 발목을 잡히는 격이다.

채권단은 현대건설 매각 방식에 대해 결자해지 차원에서 처음부터 재검토해야 한다. 당초 채권단은 매각과 관련해 매각 대금보다 자금 조달 능력, 경영 능력 등을 중요한 기준으로 삼겠다고 했지만 그간 진행해 온 것을 보면 대각 대금에만 초점을 맞춘 것같다. 현대그룹의 나티시스 은행 대출금이 대표적인 예가 아닌가. 제대로 점검하지도 않은 채 높은 가격에만 만족한 것임이 드러났다.

현대그룹과 현대차그룹이 현대건설을 두고 다투는 것도 썩 개운치 않다. 둘 다 현대건설 파산에 직간접적인 책임이 크기 때문이다. 그런데 이제와서 제식구로 만들겠다고 덤비니 하는 말이다. 차제에 국민주 공모 방식으로 현대건설 주식을 매각하고 독자 생존토록 하는 것도 한 방법일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