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서울시와 시의회의 몽니 무책임하다

입력 2010-12-17 17:39

서울시 내년도 예산안 처리가 16일 무산됨으로써 법정처리 기한을 넘겼다. 1995년 지방자치제 부활 이후 광역자치단체에서 처음 발생한 일이다. 무상급식 전면 실시를 둘러싼 서울시와 시의회의 대립 때문이다. 예산안 처리 최종 시한이 연말까지라서 막판 타결이 가능하지만 볼썽사나운 모습임에 틀림없다. 민주당이 지배하는 시의회는 정례회 회기를 29일까지 연장해 예산안을 심의하겠다고 17일 밝혔다. 그러나 자칫 연내 처리에 실패해 사상 초유의 준예산으로 운영될 경우 각종 복지정책 등을 추진할 수 없게 돼 서민들에게 피해가 돌아간다.

의회 파행 책임은 서울시와 시의회 모두에 있다. 지난 1일 무상급식 조례안이 강행 처리된 이후 양측은 대화와 타협에 따른 협상력을 전혀 보여주지 못했다. 오세훈 시장은 조례안 통과에 반발해 시정 질의에 불출석하고 의회와의 모든 협의를 중단했다. 대화를 해도 모자랄 판에 소통을 아예 거부했으니 비판받아 마땅하다. 시의회 역시 오 시장의 의회 출석 거부를 이유로 예산안을 심의조차 하지 않았다. 당리당략을 위해 책임과 의무를 방기한 꼴이다.

그럼에도 양측은 책임을 떠넘기면서 기존 입장을 무조건 관철하겠다는 태도다. 민주당은 예산안 가운데 축제·전시성 사업비를 대폭 삭감해 무상급식 재원을 확보하겠다고 한다. 아울러 의회 출석을 거부한 오 시장에 대해 지방자치법 위반 혐의로 고소한다는 방침이다. 서울시는 무상급식 재원을 편성할 경우 법적 조치를 통해 저지하겠다고 맞불을 놨다. 서로 몽니를 부리고 있다.

경기도와 도의회를 보라. 무상급식 문제로 갈등을 벌이다 막판 밤샘 협상을 통해 ‘친환경 급식 예산 확대’라는 절충안을 극적으로 내놓았다. 한나라당 지사가 있는 경기도와 민주당이 다수당인 도의회의 상호존중 정신을 배워야 한다. 그런데도 서울시가 경기도의 행보를 납득할 수 없다고 비난하며 서울시의 타협은 없다고 못 박는 건 적절치 않다. 시의회도 경기도의회가 경기도를 설득한 것처럼 상생의 정신으로 임해야지 다수의 횡포를 부려선 안 된다. 머리를 맞대 묘안을 도출하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