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기총 “장재형·변승우 목사 이단 혐의 없다”
입력 2010-12-17 20:09
[미션라이프] 이단(성) 사이비(성) 문제 처리를 놓고 내홍을 겪고 있었던 한국기독교총연합회(한기총·대표회장 이광선 목사)가 논란의 당사자였던 장재형(예장 합동복음 전 총회장), 변승우(큰믿음교회) 목사에 대해 이단 혐의가 없다는 판정을 내렸다.
한기총 임원들은 17일 오전 제20-11차 임원회(사진)를 갖고 예장 백석 총회가 제명 출교한 변 목사와 ‘재림주 의혹설’이 있던 장 목사에 대해 ‘이단 혐의 없음’이라고 결정했다.
장 목사에 대해선 예장 합신이 ‘경계 및 교류 금지’를 결의했었다. 하지만 한기총 임원들은 “한기총은 한국교회 대표기관이기 때문에 굳이 개 교단 의견을 들을 필요없다”고 주장했다. 한기총이 이단을 풀어도 개 교단에서 이단이라고 판단했을 경우 혼란이 올 수 있지만 문제가 생길 시 재조사한다는 전제조건을 달아 동의한 임원도 있었다. 이 같은 분위기 속에서 안건을 다음 회기로 넘기고 회원 교단들의 입장을 충분히 고려하자는 목소리는 힘을 발휘하지 못했다.
임원들은 이밖에 ‘하나되는 기쁨’을 반기독교적인 음란서적으로 규정, 경각심을 가져야 한다고 결의했다. 예장 전도총회의 다락방 전도운동의 재심청원과 서울성락교회 김기동 목사의 이단성 재심 청원 건은 청원서를 제출한 교단이 한기총 회원교단이 아니라는 이유로 반려됐다.
한기총 이단사이비대책위원회는 변 목사의 경우 신학과 교리, 장정이 다른 교단 측면에서 볼 때 서로 상충되는 문제가 있지만 범교단적 입장으로 볼 때는 이단으로 보기 어렵다는 연구 결과를 내놓았다. 장 목사의 재림주 의혹설 경우 의혹에 불과할 뿐 증거가 없고 사실이 아니며 이단성이 전혀 없는 것으로 판단했다.
하지만 한기총의 이번 결정에 대해 예장 백석 총회가 우선 발끈하고 나섰다. 백석의 증경 총회장 및 이단사이비대책위원장은 “이번 회의에서 변 목사 건을 논의하지 않기로 했던 것으로 알고 있었다”면서 “누구의 작품인지 모르겠지만 있을 수 없는 일이 발생했다”고 분개했다. 또 ”한기총이 무슨 권리로 회원 교단들의 결의를 무시한 채 일방적으로 해제를 결정할 수 있냐”며 “앞으로 발생할 모든 문제에 대한 책임을 이광선 대표회장 등 한기총 지도부에게 묻겠다”고 밝혔다.
또 다른 교단 핵심 관계자는 “우리 교단에서조차 추천하지 않은 인사가 한기총 이대위원으로 활동하는 걸 보고 어느 정도 예상됐었다”면서 “한기총 지도부가 한기총 존립 목적의 하나인 이단사이비 대처와 관련해 이처럼 회원교단들과 이반된 결정을 한 것은 한국교회 연합운동사에 오점으로 남을 것”이라고 말했다.
한기총 총무협의회는 20일 일련의 사태를 우려하는 성명을 발표할 예정이다. 한 총무협 관계자는 “도저히 이해하지 못하겠다. 어떤 외압이 있더라도 성명 발표를 강행하려 한다”면서 “여러 교단들이 각각 자기 교단의 교리를 갖고 있는 것은 역사적 교회의 보편적 기준에 의해 이단을 연구하였다는 증거다. 한기총도 이 틀에서 벗어나서는 안 된다”고 했다.
향후 예장 백석은 물론 예장 통합, 예장 고신, 예장 합신 등 이단 연구에 일가견이 있는 교단들의 집단적 반발이 예상된다. 특히 한기총의 판정에 결정적 역할을 한 한기총 이대위에 대한 비난도 피할 수 없을 것으로 보인다. 함부로 누군가를 이단 사이비로 몰아서도 안 되지만 경솔하게 문제 있는 개인 또는 단체에게 면죄부를 주는 것은 안 된다는 것이다. 이단 감별 전문가들은 “성경의 특정 부분을 침소봉대해서는 안 된다”며 “그로 인해 한 영혼이라도 낙망하게 된다면 그 같은 일을 조성한 자에게 하나님이 책임을 돌릴 수 있다는 걸 명심해야 한다”고 경고했다. 또 “다양한 교단의 연합체, 협의체로서 성경의 무오성을 부르짖으며 이단 사이비와의 싸움에 앞장서온 현재의 한기총 모습에 안타까워하는 사람들이 점점 많이 늘어가고 있다”고 한탄했다.
국민일보 미션라이프 함태경 기자 zhuanjia@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