막내아들 가슴에 묻고 외로운 자들에 사랑 전하는 노 목회자

입력 2010-12-17 16:01


미션라이프] 김진호(71) 전 감리교 감독회장의 셋째 아들이 얼마 전 세상을 떠났다는 소식이 들렸다. 그 며칠 뒤 김 전 감독이 아들의 장례식 때 들어 온 조의금을 홀로된 사모(홀사모)와 미자립교회를 위해 쓰기로 했다는 소식이 들렸다.

17일 오전 서울 낙원동의 ‘비전교회 함께하기 운동본부’ 사무실을 찾았다. 김 목사가 홀로 자리를 지키고 있었다. 연말 각 교회에 보낼 협조 공문을 정리하러 사무실에 나왔다고 했다. 지난해 4월 43년간의 목회 활동을 끝낸 김 전 감독은 같은 해 8월 10여평 크기의 사무실을 얻어 미자립교회와 홀사모를 돕고 있다.

김 전 감독은 마침 아들 태영(38)씨의 사진을 꺼내놓고 보고 있었다. 사진 속의 태영씨는 손으로 브이(V)자를 그리며 빙그레 웃고 있었다.

“늙어서 자꾸 울면 안되는데 눈물이 나. 아들 셋 중 결혼도 안한 막내야. 이 놈은 부모 품보다 하나님 품이 더 좋은가봐.”

태영씨는 지난달 중순쯤 갑자기 두통이 심해지고 몸에서 열이 나 동네 병원을 찾았는데, 독한 감기 같다는 진단에 다음날 퇴원했다. 김 전 감독은 홀로 사는 아들이 염려돼 부모 집에 머물게 했다. 이후 20여 일 간 김 전 감독이 직접 태영씨 이마에 찬 수건을 올려주고, 같이 기도하며 간호했다. 그런데 조금씩 나아지는 것 같던 지난 6일 태영씨는 아버지가 보는 앞에서 픽하고 쓰러졌다. 의정부 성모병원으로 긴급 후송될 때는 이미 의식 불명 상태였다. 뇌가 세균에 감염된 뇌농양 진단이 나왔다. 11일 뇌수술을 받았지만, 태영씨는 12일 오후 2시 35분 끝내 숨을 거뒀다. 14일 화장 돼 고양시 벽제에 있는 추모공원에 안치됐다. 아들 장례를 치르는 사흘 간 김 전 감독은 부인이 “그만 울어라”고 할 정도로 눈물을 쏟아냈다.

장례가 끝난 뒤 조의금 중 1500만원이 남았다. 김 전 감독은 미자립교회와 홀사모, 학생 장학금으로 이 돈을 쓰기로 했다. 2년 전부터 작은 영어 학원을 운영해 왔던 태영씨는 쓰러지기 전 김 전 감독에게 “학원이 조금씩 자리를 잡아가고 있으니, 내년부터는 아버지가 하시는 일을 도와드릴 수 있을 것 같다”고 말했다고 한다.

“그동안 자식을 앞세워 보낸 교우들을 위로하고 기도했는데 직접 경험하니 정말, 이 찌르는 고통은 말로 표현할 수가 없더라고. 그 와중에 퍼뜩 ‘큰 돈은 아니지만 아버지 일을 돕겠다던 아들 놈 뜻은 이어야 하지 않겠나’는 생각이 들었지.”

1500만원 중 500만원은 도봉교회 소속 학생들에게 장학금으로, 500만원은 조립식 예배당을 짓고 있는 충북의 보은사도교회로, 나머지 500만원은 중국 선교사로 사역하다 한달 정도 전 세상을 떠난 이정완 목사의 부인에게 전달될 예정이다.

김 전 감독은 “하나님께서 나에게 큰 아픔을 경험케 하신 것은 아픔을 지닌 자들을 더욱 위로하라는 뜻일 것”이라며 “남은 생애는 더 열심히 비전교회, 홀사모들을 도우려 한다”고 말했다.

국민일보 미션라이프 지호일 기자 blue51@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