압력밥솥을 이용한 ‘성탄 케이크’ 만들기… 크림 속 녹은 아빠의 情 사랑은 ‘갑절’

입력 2010-12-17 17:32


“아빠가 케이크를 만들어주면 아이들이 얼마나 좋아하겠어요. 아내들은 말할 것도 없지요. 이번 크리스마스 때는 가족을 위해 앞치마를 둘러보세요.”

서울 논현동 강남 교보 키움에서 15일 오후 열린 ‘NO 오븐 콩지의 밥통 케이크’ 출간기념 케이크 시연회에 참석한 이상길(63·서울 문정동)씨. 청일점인 동시에 최연장자인 그는 콩지 박현진(34)씨의 말 한마디, 손동작 하나라도 놓칠 세라 메모하고, 사진을 찍었다. 이날 만든 케이크는 크리스마스를 위한 딸기생크림케이크.

“책도 샀지만 직접 설명을 듣고 싶어서 왔어요. 오늘 만든 이 케이크를 8개쯤 만들어야 하거든요.”

8개나! ‘혹시 제과점 하시냐’는 물음에 이씨는 손을 내저으며, 크리스마스 때 아내와 두 딸, 그리고 교우들에게 직접 만든 케이크를 선물할 계획이라고 했다. 이씨는 경기도 광주시 중대동 성령교회 장로로, 교회 살림을 보살피는 경리국장도 맡고 있다. 금융기관에서 정년을 맞은 뒤 요즘은 구청 도서관에서 일하고 있다는 그는 지난해 송파여성문화회관에서 제과제빵 강의를 들었단다.

“은퇴 후 시간 여유가 생기자 사랑하는 가족들에게 음식을 만들어 주고 싶더군요. 요리는 너무 어렵고, 그래서 빵 만들기를 배웠어요.”

이씨는 3개월 과정을 끝냈으나 마아가린 쇼트닝 등 몸에 좋지 않은 것들이 듬뿍 들어가는 조리법이 마음에 안 드는 데다 오븐이 없어 케이크 만들기를 중단했다. 그런 이씨의 눈에 띈 것이 블로그 ‘콩지의 음식발기’. 오븐 없이 전기압력밥솥만 있으면 되는 데다 유해한 첨가물을 쓰지 않아 무릎을 쳤다고 했다. 콩지의 레시피로 쿠키를 만들어 봤다는 이씨는 이번 크리스마스 때는 케이크에 도전해보겠다고 단단히 별렀다.

“환갑이 넘은 나도 하는데, 젊은 아버지들은 더 잘 할 수 있을 거예요. 꼭 한번 해보세요.”

플라스틱 전나무 모형을 꽂는 것으로 케이크를 완성한 콩지도 “어린 아이들도 만드는데 왜 아빠들이 못하겠느냐”면서 “이번 크리스마스에는 사랑을 듬뿍 담은 케이크를 가족에게 선물해보라”고 부추겼다. 그러고 보니 시연회에 참석한 20여명 중 절반쯤이 10대였다. 인천에서 왔다는 이화남(13·초등 6)양은 “완전 재밌다. 만들 자신 있다”면서 “콩지님 레시피는 만들기도 쉽지만 모양도 예뻐서 너무 좋다”고 했다. 박유정(15·서울 신구중 2)양도 “크리스마스 때 만들어 가족과 함께 먹겠다”고 했다.

1700만 이웃들의 공감을 받고 있다는 콩지는 “스펀지 케이크 만들기가 버겁게 느껴진다면 시중에서 파는 카스테라로 케이크를 만들어보라”고 아이디어를 내놨다.

◎크리스마스 케이크 만드는 법을 콩지 박현진씨에게 배워 본다. 전기압력밥솥을 이용한 스펀지 케이크 만들기는 조금 복잡하지만 여러 가지로 응용이 가능하다. 너무 어렵다 싶으면 아내 도움을 살짝 받도록 하자. 그래도 엄두가 나지 않으면 시판되는 카스테라를 이용해보자. 정말 간단하면서도 사랑을 표현하기에는 그만이다.

딸기생크림 케이크

<재료> 6∼8 또는 10인용 전기압력밥솥, 박력분 130g, 달걀 4개, 설탕 120g, 카놀라유 또는 식용유 40g, 우유 50g, 시럽(물 50g, 설탕 2큰술, 커피 2작은술, 장식(생크림 500g, 설탕 50g, 딸기 중간크기로 30개)

<만들기> ① 전기압력 밥솥 안쪽에 버터를 옆면까지 높게 펴 발라둔다. ② 밀가루는 체에 걸러주고, 계란은 물기 없는 깨끗한 볼에 흰자와 노른자를 분리해놓는다. ③ 흰자를 1∼2분쯤 휘저어 하얗게 거품이 올라오면 설탕을 2∼3회 나눠 넣으면서 뻑뻑하고 단단한 상태가 될 때까지 휘젖는다. ④ ③에 노른자를 넣고 1분쯤 충분히 섞는다. ⑤ ④에 카놀라유를 두 번 나눠 넣으면서 저속으로 가볍게 섞는다. ⑥ 체 쳐둔 박력분을 한 번 더 체 쳐 ⑤에 넣고 주걱으로 서너 번 가볍게 뒤섞은 다음 우유를 두 번에 나눠 넣으면서 부드러운 상태가 될 때까지 섞는다. 지나치게 오래 섞으면 스펀지가 납작해지므로 주의한다. ⑥ 버터를 발라둔 밥솥에 반죽을 쏟아 부은 뒤 윗면을 평평하게 정리해준다. ⑦ 찜 기능으로 40분, 또는 취사를 2회 되풀이 해준다. ⑧ 밥솥 크기에 맞는 냄비 뚜껑에 호일을 씌운 뒤 케이크 위에 대고 밥솥을 재빨리 뒤집어 케이크를 분리한다. ⑨ ⑧을 꺼낸 뒤 케이크 위에 접시를 대고 한 번 다시 뒤집어 식힌다. ⑩ 알맞게 식은 다음 상·중·하 3단으로 잘라준다. ⑪ 딸기는 씻어서 물기를 뺀 뒤 장식용은 길게 반으로 가르고, 샌드용은 세로로 얇게 저며 놓는다. ⑫ 생크림에 설탕을 넣고 단단한 느낌이 생길 때까지 섞어 준다. ⑬ 스펀지 케이크 위에 커피시럽을 뿌린 뒤 생크림을 펴바르고 그 위에 딸기를 올린 다음 꾹 눌러준다. ⑭ ⑬ 위에 스펀지 케이크를 덮은 뒤 ⑬의 과정을 반복한 다음 나머지 케이크를 덮어 준다. ⑮ 위에 생크림을 듬뿍 올리고 칼 등을 이용해 매끄럽게 다듬은 다음 테두리와 위쪽을 딸기로 장식한다. 플라스틱 전나무 크리스마스 글자 등을 꽂아 마무리한다.

미니하트 케이크

<재료> 시판카스테라 4개, 가당 생크림 100g, 딸기 키위 적당량, 시럽(물 50g, 설탕 2큰술, 커피 2작은술), 크랙카 4개

<만들기> ① 타원형 시판 카스테라 2개를 서로 반대 방향이 되도록 사선으로 잘라준다. ② 하트모양이 되도록 각각 짝을 지어 맞댄 뒤 모양을 한 번 더 다듬어준다. ③ 케이크를 아래 위(가로) 2단으로 칼로 저민 뒤 가운데 부분에 시럽을 촉촉하게 뿌린다. ④ 하트를 세로로 나눈 경계 부분에 생크림을 얇게 펴 바른 다음 하나로 붙여준다. ⑤ 생크림을 단단하게 거품 낸 뒤 케이크 표면에 발라준다. ⑥ 남은 생크림을 짤주머니에 담고 테두리를 따라 작은 구슬모양으로 짜준다. ⑦ 딸기와 키위를 최대한 작게 잘라 올려주고, 아랫단에는 과자 부순 것을 붙여 모양을 낸다.

김혜림 선임기자 mski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