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우석 감독 복귀작 ‘글러브’ 제작발표회… “한 장면을 위해 1500여 커트”

입력 2010-12-17 21:27


“만만한 영화인 줄 알고 찍으러 갔는데 죽다 살아났습니다. 한 장면을 위해서 1500여 커트를 찍을 땐 내가 왜 이러나 싶었어요. 영화 찍는 것 자체가 두렵고 공포스러웠지요.”

16일 서울 압구정동의 한 영화관에서 신작 ‘글러브’ 제작보고회를 가진 강우석 감독은 “죽다 살아났다”는 말을 되풀이했다. ‘글러브’는 지난 7월 개봉해 흥행에 성공한 ‘이끼’ 이후 복귀작이자, 그가 처음 연출한 스포츠 영화이다. 강 감독은 “‘이 사람이 이제 휴먼 스토리까지 하나’하는 시선이 있는 걸 알고 있다”고 말했다.

그런데, 대체 무엇을 했기에 죽다 살아났다는 걸까. “90년대 ‘투캅스’나 ‘마누라 죽이기’, 그 후 ‘공공의 적’과 ‘실미도’를 할 때까지만 해도 영화를 즐겼어요. 현장이 저한텐 놀이터였고 아이디어를 내는 게 큰 즐거움이었는데 언젠가부터 ‘내가 왜 이걸 해야 하지’ 라는 생각이 들면서 고독하고 힘들었어요. 이번 영화는 신인으로 돌아갔다는 마음으로 편안하게 찍자, 하는 생각이었는데 스포츠 영화를 너무 깔봤던 거죠. 잘 찍어봐야지 하는 게 점점 커지고, 마지막 경기 장면에서는 한 신(scene) 속에 1500컷이 등장하더라고요.” 그러면서도 “3∼4월에 하나 더 시작할까 생각하고 있다”고 했다.

‘글러브’는 청각장애인들이 다니는 충주성심학교 야구부 이야기. 물의를 일으켜 퇴출 위기에 놓인 프로야구 선수가 충주성심학교 코치로 부임한 뒤 아이들과 어울리며 변해간다는 줄거리다. 배우들 외에도 성심학교에 재학 중인 야구부 학생들이 직접 참여해 제작 당시부터 화제를 모았다.

주연배우는 정재영과 유선이다. 정재영은 한물 간 프로야구 선수를, 유선은 야구부에 정신적인 지원을 아끼지 않는 학교 선생님 역을 맡았다. 예전의 설경구가 강 감독과 그랬던 것처럼 이들도 여러 작품을 함께 하고 있는 셈. 강 감독의 변은 이랬다. “저는 (배우와) 좀 친해지면 헤어지는 걸 싫어합니다. 한 번 믿는 배우들은 ‘내가 풀어줘야 이 사람이 더 크겠다’는 생각이 들 때까지 붙잡고 있어요. 정재영은 이번을 마지막으로 붙잡은 겁니다(웃음).”

강 감독으로선 드물게 전체관람가 등급을 염두에 두고 만든 영화이기도 하다. 관객의 눈은 스타 감독에게도 냉정해서 잠시도 안주할 수 없게 만든다. 강 감독은 “영화를 찍는 게 두렵고 공포스러운데, 그 힘으로 앞으로도 잘 만들겠다”고 말했다. 2011년 1월 27일 개봉.

양진영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