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금씩 무너져간 시대의 우상 짐 모리슨과 당시 사회를 본다

입력 2010-12-17 21:26


짐 모리슨(1943∼71)과 그룹 ‘도어즈(The Doors)’가 미국에 60년대를 가져왔다고 말할 수 있을까. 혹은 그들이 비틀즈와 같은 시대적 아이콘이라고 할 수 있을까. 쉬운 질문은 아니지만 자유와 히피문화가 대변하는 그 시절의 한 상징이라는 점에서는 이견이 없을 것이다. 여기 이 영화 ‘왠 유어 스트레인지(when you’re strange:당신이 낯설 때)’는 짐 모리슨의 일대기를 다루었다기보다 그를 통해 60년대를 묘사했다는 설명이 더 잘 어울릴 작품이다.

UCLA에서 영화를 공부하던 짐은 레이 만자렉을 만나 1965년 그룹 ‘도어즈’를 결성한다. 조그마한 클럽을 전전하며 연주하던 당시, 짐은 관객의 얼굴을 쳐다보는 것조차 쑥스러워 뒤돌아서서 노래하곤 했다. 그들은 알아본 건 프로듀서 로스차일드. 67년 그들은 첫 앨범 ‘도어즈’를 냈고, 음반의 성공과 함께 대스타가 되었다. 이후 총 6장의 음반을 줄줄이 히트시키며 전설로 자리를 잡는다.

그 시대의 많은 히피족들처럼 짐도 술과 마약을 했다. 방종과 자유의 경계가 모호했던 시대, 마약이 각성을 가져다준다고 믿었던 젊은이들의 영혼이 서서히 파괴돼 가는 것과 더불어 짐도 조금씩 무너진다. 무대에선 난동을 피웠고 팀 멤버들에겐 탈퇴하겠다며 고집을 부렸다.

여자친구 파멜라가 그에게 한 가닥 위안이 되었지만, 이미 악화될 대로 악화된 건강을 회복시키지는 못했다. 타락한 영혼이 육체를 좀먹었다는 느낌으로, 71년 짐은 27살의 나이로 요절했다.

짐을 비롯한 도어즈의 멤버들은 영화에 직접 등장한다. 그것도 60년대 당시의 젊고 잘생긴 모습으로. 톰 디칠로 감독이 한 명의 배우도 캐스팅하지 않고 현존하는 자료만으로 영화를 만들었기 때문이다. 공연 영상이나 공식적인 인터뷰 뿐 아니라 사적인 영역에서 촬영된 수많은 자료가 포함돼 있어 도어즈의 팬이라면 놓치기 아깝다.

조니 뎁의 유머 넘치는 내레이션 덕에 이런 종류의 다큐멘터리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지루함도 거의 없다.

그러나 이 영화의 진정한 매력은 따로 있다. 짐의 짧은 인생을 따라가는 것만으로 그 시절이 갖고 있던 정서가 생생히 묻어난다는 것. 목소리와 에너지는 충분했으나 방향을 잃은 청춘들, 이제는 추억이 된 도어즈의 음악과 모습, 현대사 저편에 한갓 기억으로 머문 히피운동 등. 문득 정신을 차리면 어두운 영화관이고, 타임머신을 타고 나온 듯 시간이 지나 있다. 자유나 팝문화와는 상관없는 60년대를 보냈던 한국인들에게도 저항의 에너지는 이식되지 않았던가. 40여년이 흘렀지만 그들이 남긴 자취는 크다.

영화의 또 다른 주인공은 음악이다. ‘라이트 마이 화이어(Light My Fire)’, ‘헬로 아이 러브 유(Hello I Love You)’ 등 도어즈의 명곡들이 영화 내내 귓전을 울리며 즐거움을 선사한다. 23일 개봉.

양진영 기자 hansi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