줄기세포로 에이즈 첫 완치… 독일 의료진 “화학·방사선 요법 실시 후 두차례 이식”

입력 2010-12-16 22:19

독일에서 후천성면역결핍증(AIDS·에이즈) 환자가 완치된 사례가 발견됐다고 CNN이 16일 보도했다. 전문가들은 완치 사례인 것은 확실하지만 다른 에이즈 환자에게도 적용할 수 있는 치료법으로 보긴 어렵다고 평가했다.



CNN은 미국 혈액학협회가 펴내는 온라인 학술지 ‘저널블러드’를 인용, 베를린 카리테 의대 연구진이 이 같은 사례를 보고했다고 전했다.

주인공은 40대 미국 남성으로, 에이즈와 골수성 백혈병을 같이 앓고 있었다. 연구진은 2007년 2월 이 남성에게 강한 화학 요법과 방사선 요법을 실시해 면역시스템을 완전히 해체한 뒤 기증받은 건강한 줄기세포를 두 차례 이식했다.

이 남성은 치료 과정에서 시력을 잃었다. 수술 결과 환자의 혈액에서 에이즈의 원인이 되는 인체 면역파괴 바이러스(HIV)가 사라졌으며 백혈병도 완치됐다. 3년여가 지난 현재까지도 재발하지 않았다.

연구진을 이끈 크리스티나 알러스 박사는 “기증받은 줄기세포에는 HIV를 이겨내는 매우 드문 돌연변이 유전자가 있었다”며 “이 환자의 에이즈는 완치됐다고 보는 게 타당하다”는 결론을 내렸다.

하지만 미국 앨라배마주립대 버밍엄 AIDS센터의 마이클 새그 원장은 “치료된 건 맞지만 대가가 컸다”며 “면역체계 해체는 매우 위험한 치료법”이라고 CNN에 말했다.

그는 “이번 연구는 체내에서 HIV를 생산하는 세포를 모두 제거하고 건강한 세포로 대체하면 치료될 수 있다는 그동안의 연구 가설이 현실로 입증된 것”이라면서도 “에이즈와 백혈병을 모두 앓고 있어 골수 이식이 필요한 경우와 건강한 골수 세포가 확보된 경우에만 적용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김지방 기자 fattyki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