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 北 도발 비난속 대화 강조… 모스크바 방문중인 위성락 본부장 밝혀

입력 2010-12-16 18:30

러시아가 북한의 우라늄 농축 활동과 연평도 포격 사건에 대해 거듭 비판적 입장을 밝혔다고 모스크바를 방문 중인 위성락 외교통상부 한반도평화교섭본부장이 15일 밝혔다.

북핵 6자회담 한국 측 수석대표인 위 본부장은 이날 러시아 측 6자회담 수석대표인 알렉세이 보로다브킨 외무차관과 회담한 뒤 “러시아는 북한의 우라늄 농축 활동이 유엔 안보리 결의와 (2005년 6자회담 참가국 간 합의인) 9·19 공동성명에 위배되고, 연평도 포격도 비난받아 마땅하다는 입장을 분명히 했다”고 말했다. 그러나 위 본부장은 “다만 러시아는 상황이 더는 긴장되지 않도록 하고 대화를 위한 노력을 계속하자는 점을 더욱 강조했다”고 전했다.

지난 12일 러시아를 방문한 박의춘 북한 외무상은 13일 세르게이 라브로프 외무장관과 회담한 데 이어 15일엔 세르게이 미로노프 상원 의장과 면담했다. 박 외무상보다 이틀 뒤인 14일 러시아를 방문한 위 본부장은 보로다브킨 차관과 회담했다. 남북이 러시아에서 ‘원정 외교’전을 펼쳤다.

일단 공개 성명을 통해 드러난 것만 봐선 러시아가 한국 쪽에 상당히 우호적 입장을 취한 것으로 보인다. 러시아 외무부는 언론 발표문에서도 거듭 연평도 포격과 우라늄 농축 문제에 대한 비난과 우려를 표명했다. 손님으로 온 북한 외교 수장의 면전에서 질책성 발언을 한 셈이다. 반면 한국과는 상당 부분 견해를 같이했다.

하지만 한반도 위기 타개를 위한 해법 부분에서는 입장 차가 뚜렷했다. 러시아는 지속적으로 대화를 통한 문제 해결을 강조하고 있다. 따라서 러시아는 박 외무상과의 회담에서 연평도 포격에 대한 공개 사과나 국제 핵사찰단의 사찰 수용 등 ‘성의’를 보여 달라고 요구했을 것이란 추측이 나온다. 위 본부장에겐 추가적 긴장을 야기할 수 있는 군사훈련이나 대북 압박 정책을 자제하고 6자회담 재개 논의를 시작하는 게 바람직하다는 입장을 전달했을 것으로 전문가들은 추정하고 있다.

이동재 선임기자 djle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