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일, 6자회담 재개 복잡한 틀짜기 본격화

입력 2010-12-17 00:09

한·미·일과 북·중이 6자회담 재개 조건을 둘러싸고 밀고 당기기를 거듭하고 있다. 중국의 6자회담 수석대표 긴급회동 제의에 한·미·일은 까다로운 재개 전제조건을 내걸며 대북 압박을 쉽게 거두지 않으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양측의 팽팽한 기 싸움은 당분간 계속될 전망이다.

중국은 최근 김정일 북한 국방위원장이 다이빙궈(戴秉國) 국무위원을 면담했을 때 국제원자력기구(IAEA)의 핵 사찰을 수용할 수 있다는 언급을 했다고 한국 측에 전했다. 북한이 핵 사찰을 수용할 움직임이 있으니 대화 국면으로 전환하자는 신호를 한·미·일 측에 보낸 것이다.

그러나 우리 외교 당국은 김 위원장의 발언이 중국 측 전언이기 때문에 진위를 확인할 수 없을 뿐 아니라 김 위원장이 실제 그런 말을 했더라도 “의미 없다”고 일축하고 있다. 외교부 고위 당국자는 16일 “북한이 저지르고 있는 큰 도발(연평도, 우라늄 농축)에 비춰볼 때 작은 움직임(김 위원장의 핵 사찰 발언)일 뿐”이라면서 “작은 움직임이 큰 도발을 희석시킬 것을 우려한다”고 지적했다.

한·미·일 3국은 6자회담이 열리기 위해서는 북한이 5가지 조건을 모두 충족시켜야 한다는 입장이다. 3국이 제시하는 조건은 대략 우라늄 농축(UEP) 중단을 포함한 핵시설 모라토리엄 선언, IAEA 사찰단 복귀, 9·19 공동성명 이행 확약 등인 것으로 관측된다. 정부 고위 당국자는 “핵 개발이 진행되는 동안 북한과 협상은 없다는 게 한·미·일의 확고한 입장”이라면서 “그동안 경험으로 볼 때 대화(6자회담)가 진행되는 동안 오히려 북한의 핵 능력이 강화돼 온 측면이 있다”고 배경을 설명했다.

이 같은 입장은 중국과 러시아에도 전달된 것으로 전해졌다.

그러나 북한이 이 모든 조건을 충족시킬 가능성은 높지 않아 보인다. 플루토늄을 통한 핵무기 제조에 비해 우라늄 농축 방식은 상대적으로 은닉이 용이하다. 한·미·일 3국은 북한이 최근 공개한 영변 우라늄 농축시설 외에도 별도의 비밀 핵시설을 갖추고 있을 것이라고 확신하고 있다. 따라서 한·미·일의 의심을 불식시키려면 전면적인 핵 사찰이 불가피한 상황이다. 그러나 북한은 전면 핵사찰 수용은커녕 미국의 적대적 대북 정책을 바꿀 것을 요구하며 대화와 ‘벼랑끝 핵전술’ 등 양면 작전을 계속하고 있다.

또한 한·미·일은 일부 지역에 대한 사찰이 오히려 북한의 전술에 말릴 수 있다고 우려한다. 외교부 당국자는 “만일 핵개발이 진행되고 통제되지 않은 상황에서 사찰이 이뤄진다면 이것은 오히려 북한의 핵 활동을 외부에 알려줘 북한의 협상력을 높여주는 역할을 하게 된다”고 지적했다.

이런 맥락에서 볼 때 6자회담 재개 조건을 둘러싼 한·미·일 대 북·중의 입장차는 평행선을 그리면서 복잡한 수 싸움 양상으로 전개될 전망이다. 정부 고위 당국자는 “중국은 체면 때문이라도 당장 대외적 메시지를 바꾸지 않을 것”이라면서 “지속적인 대중 접촉을 통해 태도가 조금씩 바뀔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그러나 현재 6자회담 재개흐름에 결정적 영향을 미치는 미·중간의 고위급 협의가 진행되고 있다는 점에서 까다로운 ‘6자 퍼즐’이 어떤 상황으로 전개될 지는 유동적이라는 것이 외교가의 관측이다.

이도경 기자 yido@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