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소득 2만달러라는데… 고용시장 아직 ‘삭풍’

입력 2010-12-16 18:27

올해 우리 경제의 성장률은 6.1%에 이를 것으로 예상된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중 가장 높은 편이다. 2007년 이후 3년 만에 1인당 국내총생산(GDP)도 2만 달러를 넘어설 것이 확실시된다. 하지만 수출·대기업과 내수·중소기업 간 격차는 금융위기 극복 과정에서 더 벌어지는 양상이다. ‘완충장치’ 역할을 해 온 자영업의 몰락도 계속되고 있다. 이에 따라 소득 양극화와 복지 사각지대라는 어둠이 가시지 않고 있다. 민간부문의 자생력이 강해지고 있지만 고용시장의 봄도 아직은 멀었다는 진단이다.

취업애로계층 살펴보니… 지난달 작년보다 8천명 늘어

서울의 중위권 대학을 나온 A씨(27·여)의 꿈은 원래 공무원이었다. 2007년 봄 군대를 다녀온 남자 동기와 함께 졸업할 때까지만 해도 행정고시과목 책을 놓지 않았다. 그러나 졸업 후 1년째에 접어들자 눈높이는 저절로 낮아졌다. 7·9급, 지방 행정직까지 종목을 바꿔 도전했지만 허사였다. 그러다 2008년 가을 미국발 금융위기가 닥쳤다. 더 이상 집에 손 벌리기가 미안해진 그는 임시변통으로 한 공공기관에 청년인턴으로 입사했다. 경력을 쌓아 더 나은 직장으로 입사하기 위한 전략적 선택이었다. 6개월의 인턴기간이 끝나도록 괜찮은 일자리를 찾지 못하자 지난해 다니던 대학의 경영대학원 석사과정에 등록했다. 16일 수화기 너머 그는 “면접 중”이라는 말을 남기고 끊었다.

지난달 실업률은 3%다. 정부 내에서는 ‘완전고용’이라는 말도 나왔다. 직장을 옮기거나 일을 원하지 않은 사람을 빼면 전부 일감을 손에 쥐고 있는 상태로 고용시장이 금융위기 이전으로 완전히 돌아갔다는 의미다. 그러나 본보가 통계청으로부터 제출받은 고용동향 원자료를 토대로 집계한 취업애로계층은 공식 실업률과 달리 금융위기와 별반 다르지 않았다.

취업애로계층은 기획재정부가 고용 현실을 반영하지 못하는 실업률 통계의 한계 극복을 위해 만든 개념이다. 실업자 외에 취업준비생과 구직단념자, ‘쉬었음’ 인구 등 경제활동인구에서 아예 빠지는 사람들 가운데 취업의사와 능력이 있다는 응답자를 다시 추려낸 것이다.

본보가 정부 집계방식 그대로 계산한 지난달 취업애로계층은 167만명이다. 연초 희망근로사업 종료와 함께 220만명을 웃돌던 것을 감안하면 크게 줄어든 것이지만 지난해 같은 달에 비해선 오히려 8000명(0.5%)이 늘었다.

실업자와 36시간 미만 근로자 중 추가 취업을 원하는 불완전 취업자는 지난해 같은 달보다 각각 15.5%, 10% 줄었지만 취업자도, 실업자도 아닌 비경제활동인구 가운데 구직의사와 능력을 갖고 있다고 응답한 사람은 무려 38.2% 늘었다.

한편 정부는 15일 통계청 고용동향 발표 직후 3% 실업률과 6.4%까지 떨어진 청년실업률을 근거로 “민간의 고용회복세가 지속되고 있다”고 판단했다.

정동권 김아진 기자 danchu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