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제역 강타 파주·연천 가보니… 한파에 소독기 얼어붙어 악전고투
입력 2010-12-16 21:31
경기북부에서 세 번째 구제역이 발생한 경기도 파주시 파주읍 부곡리에는 16일 가축 전염병 확산을 우려해 마을로 드나드는 차량이나 사람이 없어 적막한 모습이었다.
구제역 발생 농가에서 500m 거리에 이날 설치된 ‘제18 초소’에는 경찰 1명과 시청 직원 2명 등 3명이 6시간마다 교대 근무를 하고 있었다. 이들은 매서운 한파에도 역학조사를 하기 위해 간간이 마을로 들어가는 검역원 직원과 차량을 소독하는 등 통제에 여념이 없었다.
이 초소가 구제역 발생농가에서 가장 가까운 곳에 위치하고 있는 만큼 파주시는 이례적으로 위생과 직원까지 배치하는 등 만일의 사태에 대비하고 있다.
초소 근무자 이종순씨는 “마을 주민 가운데 이날 외부로 나오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고 다른 외부 차량도 들어오지도 않고 있지만 추운 날씨에 소독약 분무기의 노즐이 얼어붙을 우려가 있어 20분마다 시험 가동하면서 철저하게 준비하고 있다”고 말했다.
방역당국은 파주를 포함, 양주 연천 등 구제역이 발생한 3곳의 농가와 이어지는 길목에 구제역 확산을 막기 위해 이 같은 이동통제소 85곳을 운영하고 있다.
그러나 이 지역에 최근 이틀 동안 영하 15∼16도의 강추위가 몰려와 약제가 노즐에 얼어붙는 등 어려움이 속출하고 있다. 일부 초소에서는 기온이 영하 5도 가까이 올라가는 낮 시간대를 활용해 집중 소독을 하는 등 임기응변으로 대처하고 있다.
날씨가 추울수록 병원체의 야외 생존성이 길어지는 데 반해 장비가 얼어붙어 방역에 차질을 빚는 일이 벌어지고 있는 것이다.
이에 따라 연천군은 지난 1월에 실시했던 방역 경험을 살려 13개 초소에 설치된 소독액 탱크에 열선을 설치했다. 양주시는 31개 초소에 소독조용 천막을 치고 난로를 피워 얼지 않게 보호하는 등 영하의 날씨를 극복하기 위해 애쓰고 있다.
또 자신의 농장을 지키기 위해 몸부림치고 있는 경계지역 농가들은 생석회를 사용해야 소독 효과를 기대할 수 있지만 그나마 공급량이 부족해 발을 구르고 있다.
이 지역 구제역 발생농가 3곳의 소 돼지 3221마리를 파묻은 데 이어 반경 500m 내의 29농가 2만1771마리에 대한 살처분을 하는 동안 각종 작업과 주변 통제에 동원되는 공무원들의 피로가 누적되고 있다. 각 지역 방역초소에서 24시간 교대근무를 하는 공무원 200여명, 군인과 경찰 300여명 가운데 야간 근무자들은 옷을 몇 겹씩 껴입고도 초소 밖에서 5∼10분 동안 서 있기가 힘들 정도의 추위에 고생하고 있다.
행정안전부는 수도권 구제역 확산 방지를 위해 이들 지역에 특별교부세 각 5억원씩 모두 15억원을 긴급지원했다.
한편 농림수산식품부는 경기도 양주·연천과 경북 안동에서 각각 발생한 구제역 바이러스의 염기서열을 분석한 결과 동일한 것인지 전혀 다른 것인지 확인할 수 없어 영국 전문기관에 정밀 분석을 의뢰했다고 밝혔다.
파주=김칠호 기자 seven5@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