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소득 2만달러라는데… 쪽방촌은 지금 ‘냉골’

입력 2010-12-16 22:16


올해 우리 경제의 성장률은 6.1%에 이를 것으로 예상된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중 가장 높은 편이다. 2007년 이후 3년 만에 1인당 국내총생산(GDP)도 2만 달러를 넘어설 것이 확실시된다. 하지만 수출·대기업과 내수·중소기업 간 격차는 금융위기 극복 과정에서 더 벌어지는 양상이다. ‘완충장치’ 역할을 해 온 자영업의 몰락도 계속되고 있다. 이에 따라 소득 양극화와 복지 사각지대라는 어둠이 가시지 않고 있다. 민간부문의 자생력이 강해지고 있지만 고용시장의 봄도 아직은 멀었다는 진단이다.

소외계층 들여다보니… 난방비 걱정에 이불로 견뎌

문틈으로 새어 드는 칼바람에 신호건(80)씨는 깡마른 몸을 사시나무처럼 떨었다. 녹색 테이프를 덕지덕지 발라놓은 미닫이문 틈새로 침투하는 찬바람은 뺨을 베고 가는 듯했다.

서울 지역 체감온도가 영하 17도까지 떨어진 15일 오후 8시 서울 영등포동 쪽방촌. 신씨의 5.95㎡짜리 단칸방은 옷을 겹겹이 껴입어도 뼛속까지 시렸다. 신씨는 전기요금이 부담스러워 전기장판은 거의 켜지 않는다. 그는 지난 5월 가파른 마을 계단을 오르다 넘어져 허리를 다쳤다. 6개월 입원한 뒤 한 달 전 돌아왔지만 좁고 차가운 방에서 그를 돌봐줄 사람은 없었다.

영등포동 다른 쪽방촌에 사는 1급 시각장애인 김광태(41)씨는 한겨울에도 찬물로 몸을 씻는다. 집에 난방시설이 없다. 척수신경까지 다친 김씨는 겨울마다 통증을 느낀다. 김씨는 “기초생활수급비 43만원, 장애인 지원비 18만원을 받지만 월세 30만원을 내고 나면 병원비를 대기도 어렵다”며 한기가 들어오는 문 쪽으로 고개를 돌렸다. 쪽방촌은 ‘빈자의 마을’이다. 처지가 비슷한 주민들에게 이웃을 돌볼 여유는 찾아볼 수 없었다.

앞서 오후 4시30분쯤 찾은 서울 중계본동 104번지 ‘104마을’은 을씨년스러웠다. 다닥다닥 붙은 1649세대는 대부분 전등이 꺼진 채 비어 있었고 비탈진 골목에서는 주민을 만날 수 없었다. 이 마을 이영순(73?여·가명)씨는 폐지를 줍는 남편, 손자 둘과 함께 단칸방에 세 들어 살고 있다. “자는 아이들의 꽁꽁 언 발을 만질 때면 가슴이 미어져요.” 이씨는 눈시울을 붉혔다. 이씨 집은 조손가정 아동 한 명당 월 7만원 가량 양육보조금을 받는데 겨울에는 난방비로도 부족하다.

마을 언덕에 사는 김모(50)씨 “이곳 104마을은 재개발 예정인데, 재개발 소문에 집을 사들이는 외부인은 세입자가 추위에 떠는지 관심도 없다”고 말했다.

한파에 떠는 사람은 쪽방촌과 판잣집 주민만이 아니다. 강원도 춘천 후평동 한 임대아파트에 사는 김모(44)씨는 지난 7월 도시가스가 끊겼다. 석 달간 가스 요금을 못 낸 탓이다. 온수가 나오지 않는 싱크대에는 씻지 못한 밥그릇이 쌓여 있었다. 이씨처럼 요금을 못내 가스공급이 끊긴 집은 지난달 기준 전국 6만7789가구다

강창욱 김수현 이용상 기자 kcw@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