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 많은 ‘함바집’ 실태 현장 “1가구당 10만원씩, 3000가구면 3억원 뒷돈 줘야”

입력 2010-12-16 22:07


건설업계에 이른바 ‘함바집 칼바람’이 휘몰아치고 있다. 건설현장에서 운영되는 간이 식당인 함바집 운영권을 두고 브로커와 뒷돈을 거래한 혐의로 일부 건설업체들에 대한 검찰 수사가 확대되면서 건설업계는 요즘 바짝 몸을 사리는 분위기다. 논란의 한가운데 있는 함바집 운영실태를 들여다봤다.

◇“뒷돈, 수억원은 기본…인맥이 관건”=16일 경기도 일산의 한 공사현장에서 만난 함바집 관리책임자인 A씨(60)는 함바집 운영권을 따내기 위해 드는 일종의 ‘뒷돈’ 거래 실태를 스스럼없이 얘기했다. 중대형 규모의 공사현장에서는 뒷돈 규모가 1억원이 넘었다. 함바집을 ‘뚫기’ 위한 핵심수단으로는 건설사 ‘인맥’이 주로 활용되고 있었다. 대개 ‘보증금’ 또는 ‘자릿세’나 ‘사례금’ 등으로 통하는 뒷돈은 보통 가구당 10만원씩 계산해서 챙겨주는 게 업계 관행으로 굳어져 있었다. 예를 들어 1000가구가 들어서는 현장이면 1억원, 3000가구면 3억원 선으로 정리가 돼 있다는 것.

A씨가 관리하는 함바집의 아파트 공사현장 건설 규모는 3000가구 이상의 대단지다. A씨는 “우리 함바집 사장이 여기 처음 시작할 때 총 4억원 정도 들었고 그 중 3억원 정도는 저쪽(시공사) 몫으로 들어간 것으로 안다”면서 “초기비용이 많이 드는 것 같아도 본전은 금방 뽑으니까 다들 달려드는 것”이라고 귀띔했다. 업계에 따르면 함바집 규모는 건설가구 수에 따라 2·3·4군으로 나뉜다. 보통 3000가구가 넘으면 1군(또는 A급), 1000가구 미만이면 4군으로 분류된다. 경우에 따라서는 시공사 규모나 함바집 수요를 따져 구분이 되기도 한다.

함바집 운영권을 따기 위해서는 웬만한 ‘인맥’으로는 어림도 없다는 게 전·현직 함바집 사장들의 공통된 전언이다. 서울과 수도권에서 수년간 함바집을 운영했던 B씨(57·여)는 “함바집은 거의 다 아는 사람을 통해 들어간다고 보면 틀림없다”면서 “현장소장이나 시공사 친·인척들에게 돌아가는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 공개입찰을 하는 경우도 있지만 이마저도 사전에 ‘내정’해 놓은 뒤 형식적인 절차만 거치는 경우가 대부분이라는 것. 서울 강동구에 있는 한 건설현장에서 지난 4월부터 함바집을 운영하는 C씨(52·여)도 “사실 형부가 현장소장이라 자리를 얻게 됐다”면서 “보증금 명목으로 뒷돈이 1억원 정도 들었다”고 말했다. 이런 돈은 대개 현장소장에게 건네지만 ‘윗선’에 전달되지 않겠느냐는 의견이 다수였다.

◇함바집 운영권은 ‘대박’ 보증수표=거액의 뒷돈을 주면서 함바집에 달려드는 이유는 간단하다. 초기에 들어간 비용보다 몇 배나 남기는 ‘대박’ 장사이기 때문. 게다가 업체와 첫 계약이 ‘뚫리면’ 이후 다른 공사장 함바집 운영권을 따는 데도 훨씬 수월하다.

예를 들어 1000가구 공사 규모에 하루 500명 정도 이용하는 함바집의 경우 인부들이 한 끼 3500원짜리 정식을 하루 2차례(아침·점심) 먹는다면 한 달(30일) 매출은 1억500만원 정도다. 여기에다 하루 2차례 간식(새참)으로 판매되는 빵과 우유 및 국수(각각 1500원)와 주류·안주까지 포함하면 1억5000만원을 훌쩍 뛰어넘는다. 제반 비용을 빼도 마진율이 적게는 25%, 많게는 45%까지 된다고 한다.

대단지 아파트 공사 기간이 대략 30개월 정도 걸리는 점과 공사기간별 인부 수요 등을 감안, 평균 마진율(35%)만 따질 때 연간 순익이 4억원 이상 된다는 계산이 나온다. 여기서 운영권을 따기 위해 시공사 측에 사례금조로 건넨 돈(1억원)을 제외해도 3억원이 고스란히 남는 셈이다.

특히 함바집 계약 시에는 건설사와 운영권자 간에 건물 임차료나 수도 및 전기요금을 내지 않는다는 구두계약이 관행처럼 돼 있다. 사례금에 대한 건설사 측의 배려라는 것이 업계 관계자들 설명이다.

함바집 운영자들은 길게는 2년 반 넘게 함바집을 운영하면서 ‘인맥 만들기’에 주력한다. 타 지역 현장 함바집 운영을 겨냥해서다. 이를 위해 현장소장뿐만 아니라 목수나 미장공, 철근공 등을 관리하며 하도급 공사를 맡는 일명 ‘오야지(우두머리)’ 등과도 두루 친분을 쌓는다고 한다. 업계 관계자들은 “정기적으로 회식도 열어주고, 식당이 잘될 때는 현장소장한테 자동차를 사줄 때도 있다”면서 “공사 기간이 끝날 때쯤이면 다른 지역에 공사가 있다는 정보도 얻고 운영권을 얻는 경우도 있다”고 말했다.

◇식품위생 ‘사각지대’ 우려도=일부 함바집 운영 경험자들은 “초기에 들어간 비용을 빨리 뽑으려면 고급 식자재를 쓰기 힘들다”고 털어놓기도 했다. B씨는 “함바집 규모가 클수록 식자재를 대량 구매하기 때문에 품질이 좋지 않거나 덤핑 물품들을 헐값에 사는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 이런 배경에는 건설사가 언제 부도가 날지 모르기 때문에 “되도록이면 본전을 빨리 뽑아야 한다”는 인식도 한몫하고 있다. 특히 건설경기가 악화되면서 우후죽순으로 무너지는 지방 건설현장은 더 심하다. 건설사가 부도나면서 함바집도 같이 문을 닫는 경우가 많기 때문. 또한 식품위생법상 일반 식당이 아니라 집단급식소로 허가를 받아야 하는 함바집은 원산지 표시 등을 해야 하지만 이를 지키는 곳은 거의 없어 식품위생의 사각지대라는 지적도 있다.

박재찬 기자, 유동근 윤일 인턴기자 jeep@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