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마당-박정태] 세계이주민의 날
입력 2010-12-16 18:16
크리스마스섬(Christmas Island)은 인도양에 있는 호주령의 작은 섬(면적 135㎢)이다. 호주 본토에서 북서쪽으로 1200㎞, 인도네시아 자바섬 남쪽 360㎞ 떨어진 곳에 위치한다. 해안선을 따라 이어지는 가파른 절벽과 산호초 해변 등 아름다운 자연으로 수놓아져 있다. 특히 1억2000여 마리의 홍게가 유명하다. 열대우림에 사는 홍게는 우기인 매년 11∼1월 산란기를 맞아 해안으로 집단 이동하는데, 그 행렬이 장관이다.
1643년 영국 동인도회사 소속 윌리엄 마이너스 선장이 성탄절에 이 섬을 발견해 크리스마스라는 이름이 붙여졌다고 한다. 1888년 영국령이 된 뒤 섬 북동부 플라잉피시코브에 첫 정착지가 세워졌고, 1957년 호주에 주권이 이양됐다. 현재 이 섬의 대부분은 국립공원으로 지정돼 있다.
이 아름다운 섬 해상에서 엊그제 참사가 발생했다. 플라잉피시코브 앞 바다에서 호주행 난민을 태운 밀입국 선박이 높이 8m의 섬 절벽에 부딪혀 침몰했다. 사고 선박에 탄 것으로 추정되는 최대 100명의 난민 가운데 절반가량이 사망·실종됐다. 이라크·이란 등 중동 출신 난민으로, 사망자 상당수는 여성과 어린이다.
난민들이 크리스마스섬으로 향하는 건 호주 영해로 들어왔다가 당국에 적발될 경우 난민구금센터로 이송돼 난민지위 심사를 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난민으로 정식 인정되면 호주에 정착할 수 있다. 목숨을 건 ‘보트피플’이 새 삶을 꿈꾸며 끊임없이 호주로 가려는 이유다. 이번 참사를 계기로 보다 적극적인 난민 대책 필요성이 국제사회에 요구되고 있다.
내일은 유엔이 정한 ‘세계이주민의 날’이다. 유엔 총회가 2000년 12월 전 세계 이주노동자와 그 가족의 권리·자유를 보장하는 차원에서 제정한 날이다. 1990년 12월 18일 ‘모든 이주노동자와 그 가족의 권리보호에 관한 국제협약’이 유엔에서 채택된 이래로는 꼭 20주년이 된다. 이 협약은 세계 43개국이 비준했다.
우리나라가 아직 비준을 하지 않고 있지만 시민단체들이 이날을 기념해 대회를 연다. ‘차별과 착취를 넘어 새로운 세상으로!’가 올해 슬로건이다. 이주노동자 차별 철폐, 불법 체류자 강제단속 및 추방 중단, 이주 여성 권리 보장, 난민 인정 확대 등이 주요 요구사항이다. 다문화 사회를 표방한 지 오래됐지만 아직 우리 사회의 차별은 엄연히 존재한다. 국적 성별 인종 신분 등을 불문하고 사회적 약자들을 보듬으며 더불어 살아가는 세상은 언제 이뤄질지….
박정태 논설위원 jtpark@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