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기총, 이제는 이단사이비 문제 놓고 갈등 증폭
입력 2010-12-16 19:07
[미션라이프] 한국기독교총연합회(한기총)가 이단사이비 대책 문제를 놓고 파열음이 커지고 있다.
한기총 이단사이비대책위원회(이대위·위원장 고창곤 목사)가 최근 기자회견 및 성명을 통해 동위원회 ‘유언비어’에 대한 입장을 밝히자 예장 고신 최병규 유사기독교상담소장, 예장 합신 박형택 한국기독교이단상담소장 등 이단 감별 전문가들이 발끈한 데 이어 한기총 총무협의회(총무협·회장 이치우 목사)가 이대위와 전혀 다른 입장을 보이고 있다.
현재 이대위는 이단 정죄만이 능사가 아니기 때문에 당사자(이단 또는 이단성 교단 및 단체, 개인)에 대한 서면 및 직접 조사 등 적법 절차를 통해 연구, 검토한 뒤 진위 여부를 가려내 그 굴레를 풀어줄 수 있다는 입장이다. 이에 따라 회원교단들이 설령 이단 또는 이단성 있다고 결의했다 해도 조사 결과가 그렇지 않을 경우 언제든지 해제가 가능하다는 것이다.
반면 이단 감별 전문가들과 총무협은 조사, 연구는 할 수 있지만 한기총이 연합기관으로서 회원교단들의 결의를 먼저 존중하고 반드시 충분한 협의를 거친 뒤 신중하게 해제를 논해야 한다는 논리다. 특히 전문가들은 이대위가 자신들에게 우호적인 일부 교계 기자들을 불러놓고 이대위 활동의 무력화를 경계한다며 앞뒤가 전혀 맞지 않는 사실을 유포했다고 지적했다.
이와 관련, 고창곤 위원장은 “역할 분담을 통해 기자들에게 연락하다보니 착오가 생긴 것 같다. 특정 언론을 배제하기 위해 기자회견을 연다는 건 있을 수 없다”며 “우리는 해야 할 일과 하지 말아야 할 일을 충분히 구분하고 있다”고 강변했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이대위가 한기총 임원회 결정까지 번복시키려 할 뿐 아니라 소속 교단에서 출교까지 당한 목사에게까지 면죄부를 주려고 시도하는 건 이해할 수 없다”며 “특정그룹과 연계된 보이지 않는 손이 있는 게 아니냐”고 의구심을 드러냈다. 또 “현재 이단을 해제하려 하는 분들 중에는 상당수가 이단을 규정한 교단 목회자들로 소속 교단과 다른 결정을 해야 할 무슨 절박한 이유가 있느냐”며 “이단 해제는 처음부터 계획된 일이 아니냐”고 했다.
총무협도 사태의 심각성에 공감, 15일 모임을 갖고 입장 발표를 결의한 뒤 성명 내용 조율에 착수했다. 총무협은 이대위가 명백하게 가려지지 않은 상태에서 무조건 면죄부를 주는 것은 또 다른 혼란을 불러올 수 있다고 우려했다. 20일에 발표될 총무협 성명은 “무슨 근거나 무슨 논리로도, 그리고 무슨 일이 있어도 각 교단에서 이단 사이비로 규정한 단체나 개인을 그 교단의 이단의 해제 없이 한기총에서 임의로 해제하는 것은 연합체를 해산하자는 것으로 밖에 볼 수 없다”고 강하게 성토할 것으로 알려졌다.
이단 감별 전문가들과 총무협은 몇몇 교단들의 연구와 상담을 통해 이단들을 막아왔고 지난 2004년에는 이를 정리하고 취합해 한기총 입장으로 발표했는데 이대위가 지난해부터 적잖은 파행을 겪으며 이단사이비로 규정한 그룹에게 기회를 제공해왔다고 분석했다. 아울러 올해 초부터 한기총 내 일부 그룹이 진정한 관련 전문가들을 배제한 채 ‘이단해제위원회’를 만들려는 시도가 있었다는 점을 들어 처음부터 계획된 일로 간주하기도 한다. 또 “사도신경을 고백하는 것이 이단이냐 아니냐 판정 기준이 되는 건 난센스”라면서 “1992년 한국사회를 크게 어지럽혔던 시한부종말론자들도 사도신경을 고백하고 인정했었다”고 지적했다.
따라서 이대위가 정당성을 인정받기 위해선 지금이라도 한기총 회원 교단들의 전체 민의를 읽어내고 문제의 그룹에 대해 천천히, 그러면서도 철저하게 다시 한번 되짚어보는 게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억울한 자는 결코 없어야 하지만 잘못 풀면 한국교회가 말할 수 없는 혼란에 빠질 수도 있음을 잊어서는 안 된다. 아울러 억울하게 이단 또는 이단성 있는 교단, 단체, 개인으로 명명됐다고 여기는 그룹도 “진실은 꼭 통할 것”이라는 넓은 마음을 갖고 영성과 사회성의 조화를 통해 오해와 편견을 걷어내겠다는 용기 있는 모습을 보여줘야 할 것이다.
국민일보 미션라이프 함태경 기자 zhuanjia@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