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보야, 뉴스야? 자사 홍보에 전파 낭비하는 KBS
입력 2010-12-16 20:49
수신료 인상을 추진하고 있는 KBS가 수신료 인상을 홍보하는 프로그램을 쏟아내고 있다. 다큐멘터리, 시사교양 프로그램 뿐만 아니라 뉴스까지도 자사를 홍보하는 아이템으로 채우고 있는 것이다.
지난 12일 KBS 1TV에는 ‘KBS 스페셜-무료 디지털 다채널 방송 코리아뷰’편이 방영됐다. 아날로그 지상파 방송이 중단되는 2012년 12월 31일 이후의 방송 환경 변화를 소개한다는 취지였다.
하지만 정작 방송은 KBS의 수신료 인상 공약 중 하나인 ‘코리아뷰 프로젝트’의 필요성과 당위성을 주장한 홍보에 가까웠다. 코리아뷰는 방송통신위원회로부터 실험 방송을 허가받지 못해 사업 진행이 지지부진한 상황지만 그런 내용과 한계 등 비판적인 내용은 찾아볼 수 없었다.
‘인간의 땅’ ‘동물의 건축술’ 등 명품 다큐멘터리나 사회적 이슈를 다각도로 짚은 기획물을 다뤄온 ‘KBS 스페셜’의 취지와는 동떨어진 기획이었다.
시청자 손민호씨는 “KBS스페셜은 공영방송사에서 제공하는 교양프로그램답게 시의적절하고 시청자에 도움이 되는 내용을 다뤄야 한다 이번 방송은 시청료 인상이라는 명분을 확보하기 위해 전파를 낭비한 것”이라고 꼬집었다.
KBS는 앞서 지난 9월 3일에도 KBS 1TV ‘굿바이 아날로그, 디지털 TV 혁명’에서 수신료 인상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KBS 2TV ‘VJ특공대’에서도 수신료 인상 홍보가 이어졌다. 지난 10일 방영된 ‘당신이 왕이로소이다! 연말 서비스 전쟁’편은 KBS의 보도국 기자, 아나운서, 송신탑 직원, 수신료 콜센터 직원들이 얼마나 열심히 일하는지를 묘사하며 “이들의 서비스 정신이야말로 수신료의 가치를 더욱 소중하게 하는 게 아닐까요”라는 멘트로 방송을 마무리했다.
공공의 관심사를 다뤄야할 뉴스에서도 홍보성 기사가 속출하고 있다. 지난 14일 간판 뉴스인 ‘뉴스9’는 KBS가 320억원을 출연한 ‘디지털시청 100% 재단 출범’을 보도했다. 지난 11월 22일에는 ‘뉴스9’ 등 주요 뉴스를 통해 수신료 인상을 위한 KBS의 공약을 보도했다. 사회적으로 논쟁이 되고 있는 사안이지만 인상에 부정적인 의견은 언급하지 않았다. 지난 11월 6일 ‘뉴스9’에서는 ‘백제 재조명 드라마 열풍’이라는 주제로 자사 드라마 ‘근초고왕’을 홍보하는 뉴스가 나갔다.
유홍식 중앙대학교 교수는 “광고나 캠페인도 아니고 다큐멘터리나 뉴스를 통한 홍보는 오히려 시청자들의 신뢰만 잃는다”면서 “수신료 문제에 대해서는 사회적 논의와 정책당국 간의 협의를 통해서 여론의 동의를 구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선희 기자 sunn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