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장판 국회 풍경, 예나 지금이나 똑같네… ‘거꾸로 달려간 세상’

입력 2010-12-16 17:37


거꾸로 달려간 세상/한석동/기파랑

국민일보 편집국장과 논설실장, 편집인을 지낸 저자가 10년 동안 쓴 칼럼 중 일부를 발췌해 재구성한 책이다. 정치의 난맥상과 이념의 혼돈, 뒤틀린 남북관계 등에 대한 칼럼 88편을 ‘쓰레기통에서 핀 한국 민주주의’ ‘군대는 한 번의 전쟁을 위해 존재한다’

‘이민족보다 훨씬 이질적인 북한’ ‘좌파통치 10년의 그늘’ ‘국민을 얼마나 우습게 봤기에’ ‘소금이 짠맛을 잃으면’ 등 총 6부로 나눠 실었다.

시사칼럼이라는 특성 때문에 경우에 따라 지난 이야기일 수 있지만 저자는 서문에서 “세상 돌아가는 원리에 새로운 것은 여전히 없다. 글이란 그 시간보다 내용이 중요하며, 글 쓰는 사람들은 시대를 초월해 소중한 가치들을 지켜나갈 책임이 있다”고 강조한다. 즉 인류문명은 눈부시게 발전해왔지만 인간의 본성은 불변이어서 반목과 갈등, 다툼 등 인성 관련 부분에서는 답보상태거나 되레 퇴보한 역사가 많다는 것이다. 깡패처럼 주먹부터 휘두르는 우리 국회 풍경이 대표적인 예다.

“선거 때 낮고 낮은 자세로 한 표를 읍소해 국회의원이 된 그들은 직·간접의 오랜 경험칙에서 유권자들의 건망증을 훤히 꿰뚫고 있다. 그래서 국회의사당의 무법천지는 집권 경험이 있고 없고와 무관하다. 정권 교체로 공격과 수비 위치만 교대하면 여·야당의 이전투구 질주가 시작되는 것이다.”(‘주먹이 더 가까운 조폭국회’ 편. 41∼42쪽)

무겁고 딱딱한 이야기나 날 세운 비판만 담긴 것은 아니다. 개인 경험에서 얻은 행복의 가치와 예술의 향취를 느끼는 부분은 따뜻하고 부드럽다. 아내를 잃고 쓴 칼럼은 문장마다 애틋함이 묻어있다.

“이제 전화는 끊어졌다. 뭘 먹어라, 뭘 입어라고 시시콜콜한 것까지 챙겨주던 참견도 자취를 감추었다. 살아있는 사람의 일이어서 그렇지 오래 사는 것과 덜 살고 가는 것의 차이는 사실 무의미하다. 그런 줄 알지만 죽어서 슬프지 않은 이별이 얼마나 있을까. 그립다.”(‘아내가 떠난 뒤’ 편. 277쪽)

김상기 기자 kitti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