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일, IAEA 시찰단 수용 시사했다는데…中과 6자 재개 논의 과정서 나온 듯
입력 2010-12-16 00:33
북한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6자회담 재개를 위해 국제원자력기구(IAEA)의 핵 사찰 수용 가능성을 시사한 것으로 알려지면서 그 의도와 진정성을 둘러싼 궁금증이 증폭되고 있다.
가장 관심을 모으는 부분은 핵 사찰 수용 발언의 수위와 진위 여부다. 복수의 정부 관계자에 따르면 김 국방위원장은 지난 9일 방북한 다이빙궈(戴秉國) 중국 외교담당 국무위원을 만난 자리에서 6자회담의 전제조건 가운데 하나인 IAEA 사찰 문제를 논의한 것으로 보인다.
IAEA 사찰은 한국·미국·일본이 지난 6일 미국 워싱턴 회담에서 합의한 6자회담 재개를 위한 대북 전제조건 5개항 중 하나다. 일본 아사히신문은 3국이 내놓은 전제조건은 북한의 우라늄 농축계획 중지, IAEA 사찰 수용, 2005년 9·19공동성명 이행 등이며 나머지 2개 조건은 공개되지 않았다고 보도했다.
한·미·일은 이런 전제조건을 중국 측에 전달했고, 다이 위원은 김 위원장을 면담한 자리에서 이를 전한 것으로 알려졌다.
청와대 핵심 관계자는 15일 “김 위원장이 IAEA 사찰단 일부의 입국을 다시 허용할 가능성을 검토하고 있다는 게 중국 측 설명이었다”며 “그러나 이는 전면적인 핵 사찰 수용은 아니며 진위 관계가 정확히 파악되지는 않는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이 사안에 너무 심각하게 반응할 필요는 없다”고 덧붙였다. 외교통상부도 북한이 명시적으로 사찰단 수용 의사를 밝힌 바 없다고 선을 그었다.
외교부는 중국이 6자회담을 중재하다 보니 상황을 다소 긍정적으로 해석한 측면이 있다고 판단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외교부 관계자는 “다이 위원이 김 위원장에게 핵 사찰을 수용할 의사가 있느냐고 묻자 김 위원장이 상황을 지켜보자는 뜻에서 고개를 끄덕인 수준”이라고 말했다.
상황을 종합해 보면 김 위원장이 다이 위원과 대화하면서 IAEA 사찰단에 대한 이야기를 나눈 것은 사실이지만 “사찰을 수용하겠다”는 말을 구체적으로 하지는 않은 것으로 보인다.
또 김 위원장이 IAEA 사찰단 수용을 명확히 제의했더라도 전제조건이 무엇이냐에 따라 진정성은 크게 달라진다. 만일 받아들이기 힘든 조건을 내걸었다면 말잔치에 불과한 셈이다.
그러나 김 위원장이 전면 혹은 제한적으로라도 사찰단을 수용할 뜻이 있다면 상황은 달라진다. IAEA 사찰단은 6자회담의 순조로운 진행 여부를 알리는 일종의 리트머스 시험지이기 때문이다.
북한은 2002년 10월 제임스 켈리 미 특사가 “방북 과정에서 북한이 우라늄 농축 사실을 시인했다”고 발표하면서 중유 공급 중단을 발표하자 같은 해 12월 IAEA 사찰단 3명을 추방해 핵 위기를 고조시켰다.
엄기영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