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동 난민 선박 침몰…60여명 사망·실종

입력 2010-12-16 00:32

호주로 밀입국하려던 중동 출신 난민 최대 100명 이상을 싣고 가던 선박이 호주 북서부 인도양 상에서 침몰해 최대 60여명이 숨지거나 실종되는 참사가 발생했다.

AP통신 등 외신은 15일(현지시간) 오전 6시쯤 인도양 상의 호주령 크리스마스섬 플라잉피시코브 앞 해상에서 난민을 태운 목제 선박이 거센 파도에 휩쓸려 높이 8m의 섬 절벽에 정면으로 부딪혀 파손되면서 침몰했다고 보도했다.

승선자 수가 정확히 알려지지 않은 가운데 사망 및 실종자 수도 엇갈린다. AP통신은 약 70명이 탑승했다고 전했으며, 한 호주 현지 언론은 100명 이상이 탔다고 보도했다. 영국 BBC방송은 밤 11시 현재 42명이 구조되고 시신 27구를 수습됐다고 전했다. 파도가 거친데다 밤이 깊어지면서 구조가 쉽지 않아 사망자는 더욱 늘 것으로 전망된다.

구조 작업에 나선 호주 해경은 “구명조끼를 난민들에게 던져줬으나 파도가 워낙 거세 이마저도 잡기 어려운 상황”이라며 “바다에 빠진 난민들이 파도에 휩쓸려 절벽에 부딪히는 아찔한 순간이 연출되기도 했다”고 전했다. 절벽에서 지켜보던 목격자들은 “여성과 어린이, 심지어 아기의 시신이 떠다녔다”며 안타까워했다.

승선 난민들은 이란과 이라크 출신인 것으로 알려졌다. 호주는 2007년 말 노동당 정부 출범 이후 난민 정책이 유연해지면서 아프가니스탄 스리랑카 등 분쟁지역 출신 난민 유입이 꾸준히 느는 추세였다.

올 들어 지난달 말 현재 선박을 이용한 밀입국 난민은 선박 120척에 총 5809명으로 집계됐다. 이에 따라 밀입국 난민 수도 올해 사상 최고치를 기록할 것으로 전망됐다. 특히 인도네시아 남쪽에 위치한 크리스마스섬에는 호주난민센터가 있어 난민 유입이 활발한 편이다. 크리스마스섬 난민센터에는 현재 수용능력(2500명)을 초과하는 3000명 정도가 지내고 있다. 크리스마스섬은 호주 본토에서 북서쪽으로 1200㎞, 인도네시아 남부에서 300㎞ 떨어진 곳에 위치한다.

서윤경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