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회 안 소모임 ‘가정교회’ 통해 사역하는 최상태 고양 화평교회 목사

입력 2010-12-15 18:34


“평신도 리더·구성원의 역할 분담

예수 닮은 제자 키울 최적의 환경”


얼마 전 한 통의 전화가 걸려왔다. 목회자였다. 다짜고짜 인터뷰를 하자는 거였다. 그는 “교회 개척한 지 23년째인데 인터뷰를 요청한 건 처음”이라며 “한국 교회가 본질로 돌아갔으면 하는 간절한 바람으로 전화한 것”이라고 말했다.

그렇게 해서 경기도 고양시 화정동 화평교회(최상태 목사·사진)를 찾았다. 1988년 청년 3명과 함께 개척한 화평교회는 지금 주일학교 500명을 포함해 2000여명이 출석하고 있다. 예장 합동 소속이다. 무엇보다 화평교회의 특징은 98년부터 시작한 가정교회다. 한국 교회에서는 화평교회가 가장 먼저 가정교회를 시작했다는 게 최상태 목사의 설명이다. 최 목사는 “훈련된 사람들이 주님의 나라와 복음을 위해 마음껏 사역할 수 있는 최고의 환경을 고민하다가 ‘이거다’ 하고 결론을 내린 게 가정교회”라고 말했다.

가정교회는 셀이나 순 같은 소그룹과는 다른 개념이다. 교회 안의 작은 교회라고 보면 된다. 주일예배 외에도 일주일에 하루 평일 저녁에 가정에서 예배를 드린다. 설교는 가장(평신도 리더)이 맡는다. 가정교회마다 설교, 회계, 찬양, 차량봉사, 새가족, 전도, 선교 담당이 따로 있다. 선교헌금도 자체적으로 한다. 화평교회엔 90개의 가정교회가 있다. 가장을 비롯해 각 담당자도 그만큼씩 된다. 가정교회마다 적게는 7명, 많게는 25명의 가원(가정교회 구성원)들이 있다. 가장의 95%가 남성이고, 전교인의 86%가 50세 이하다.

통계 외에 화평교회의 가정교회는 눈여겨볼 점이 있다. 우선 철저히 훈련된 지도자가 가장을 맡는다. 주일 오후에는 아예 예배가 없다. 직접 가장들을 교육하고 상담하고 교제하며 나누는 시간이기 때문이다. 가장 훈련은 주일 밤 9시까지 계속된다. 월요일인 다음날은 목회자에겐 휴식시간이지만 가장들과 조기 축구를 한다. 최 목사는 “가장들과 함께 보내는 시간은 전혀 피곤하지 않다”며 “오히려 가장훈련을 안하는 게 더 피곤하다”고 했다. 그는 목회의 70%를 가장 훈련에 쏟아 붓고 있다.

그는 목회자들이 정말로 걱정해야 할 것은 교회의 성장 둔화가 아니라 교인들의 영적 미성숙이라고 꼬집었다. 교회가 본질적 사역에 주력하면 이단의 입지도 좁아질 수밖에 없다는 게 그의 설명이다. 대형교회의 문제점으로 꼽히는 개교회주의, 기업화 등도 가정교회로 보완할 수 있다는 게 최 목사의 설명이다. 모이는 교회에서 흩어지는 교회로 전환할 수 있는 모멘텀을 가정교회가 제공할 수 있다는 것이다. 교제와 섬김, 훈련을 통해 예수 닮은 제자들을 만들라는 주장이다.

최 목사는 신학생 시절부터 한국 교회에 대한 염려와 고민이 많았다고 했다. 지금도 마찬가지다. 그렇다고 총회장이 되어 한국 교회를 바꿔보겠다고 마음먹은 적은 한번도 없다. 화평교회엔 임직식 때 임직자들이 헌금을 내는 대신 오히려 교회에서 선물을 준다. 당회실도 따로 없다. 주보에는 장로, 권사, 집사 구분 없이 가나다순으로 이름을 기재한다. 최 목사가 덧붙였다. “나는 지금 소리 없는 개혁, 조용한 혁명을 하고 있는 중입니다.”

고양=김성원 기자 kerneli@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