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로 떠오른 ‘목회자 정체성 회복’ 어떻게… 교회 안 우상이 원인 복음의 회복 온 힘을
입력 2010-12-15 18:36
2010년은 어느 해보다 목회자들의 도덕성에 경종을 울린 해로 기록될 것 같다. 성윤리 문제로 교회를 떠났거나 아직도 강단에 복귀하지 못하는 유명 목회자들이 있다. 목회자의 불법 재정 집행으로 소송 중에 있는 목회자들도 있다. 이 같은 목회자의 윤리문제는 해당 교회는 물론 한국 교회 전체의 신뢰도 추락으로 이어지기 마련이다. 내년, 아니 앞으로의 목회 키워드나 트렌드는 다른 무엇보다 목회자의 자기정체성 회복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닌 상황이 된 것이다.
지난 10월 남아프리카공화국에서 열린 제3차 로잔대회는 다양한 세션들을 통해 세계 교회 지도자들의 공감을 이끌어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그 중에서도 크리스토퍼 라이트 국제랭함파트너십 대표의 말은 지금의 한국 교회 목회자들이 깊이 되새겨야 할 대목이다. 한마디로 타파해야 할 우상은 교회 바깥이 아닌 교회 안에서 찾아야 한다는 게 그의 주장이다. 그가 지적한 교회 내 우상은 권력, 성공, 탐욕이다. 라이트는 “교회 지도자들이 성공이나 능력을 통해 사람들의 인정을 받으려는 욕망이 크다”며 “이것은 결국 성경을 왜곡하고 거짓을 지어내고 사생활이나 재정문제로 나타나게 된다”고 말했다.
서울신대 정인교(설교학) 교수 역시 지금은 외부가 아닌 내부의 적을 물리쳐야 할 때라고 지적했다. 목회에 앞서 목회자의 자기정체성 회복이 급선무라는 것이다. 정 교수에 따르면 목회자의 성적·물질적 타락은 자기정체성 상실에서 오는 것이다. 물질적 풍요가 한국 사회 전반을 휩쓸면서 목회자들의 소명의식이 사라져 기능인으로 전락했고, 그런 상황에서 목회자의 윤리문제는 필연적일 수밖에 없다는 분석이다. 정 교수는 “목회자들이 성도들에게 시대 변화에 따른 변화와 각성도 전해야겠지만 지금은 칼뱅이 말한 것처럼 설교자는 첫 번째 청중이라는 생각으로 자기각성의 설교를 먼저 해야 하는 상황”이라고 강조했다.
교회 내 우상을 제거하고 목회자가 자기정체성을 회복하는 일은 결국 목회 본질을 회복한다는 말이기도 하다. 서울 신양교회 이만규 목사는 “한국 교회가 추락하는 것은 평신도가 아니라 전적으로 목회자의 책임”이라며 “교회 성장을 추구하다 보니 목회 본질을 잃고 결국 양들도 잃게 되는 결과를 초래했다”고 밝혔다. 이 목사는 철저히 하나님의 종이라는 의식으로 예수님의 제자들을 키워나가는 게 목회 본연의 자세라고 덧붙였다. 기흥지구촌교회 안용호 목사는 내년 목회 키워드를 ‘예수를 닮아가는 성도’로 잡았다. 목회자를 포함한 성도들이 세상의 온갖 조류와 본성의 지배를 받고 있는 현실을 극복하기 위한 선택이란 게 안 목사의 설명이다.
한국 교회는 요즘 ‘셀교회 바람’이 한창이다. 성도수 감소 등 침체된 분위기를 극복하기 위한 몸부림인 셈이다. 하지만 침신대 박영철(목회학) 교수는 “한국 교회가 그리스도의 몸이라는 셀의 본질을 저버리고 교회성장의 도구로 치부하는 경향에 크게 실망하고 있다”는 ‘현대 셀교회 운동의 아버지’ 랄프 네이버의 말을 전했다. 박 교수는 “하나님의 영광의 임재가 나타나는 교회가 되는 길은 복음으로 삶의 모든 문제를 조명하고 풀어나가는 성도들을 키워내는 것”이라며 “이러한 복음과 교회의 본질 회복을 통해 결국 목회자의 윤리 문제 등 모든 비본질적인 문제들도 정화될 수 있다”고 밝혔다.
김성원 기자 kerneli@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