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큰치킨’ 마지막날도 장사진… “동네 치킨도 가격 낮춰야”
입력 2010-12-15 18:29
한파특보가 내려진 15일 동이 트기도 전인 오전 7시 무렵. 서울 영등포동 롯데마트 영등포점 앞에 두꺼운 외투를 입은 사람들이 하나 둘씩 모였다. 영하 12도에 찬바람까지 불어 체감온도는 훨씬 낮았지만 롯데마트가 5000원에 판매하는 튀김닭 ‘통큰치킨’을 사기 위한 발길이었다. 통큰치킨 판매 마지막 날을 놓치지 않기 위해 극심한 한파에도 불구하고 어느 때보다 이른 시간부터 손님이 몰린 것이다.
300명 분량을 준비한 영등포점에는 오전 9시45분쯤 대기 손님이 320명을 넘었다. 마트가 문을 연 오전 10시까지 통큰치킨을 사기 위해 기다린 손님은 330여명이었다. 8시30분 매장에 도착해 예약번호 115번을 받은 조요나(37·여)씨는 3시간이 넘은 11시45분에 치킨을 받았다. 조씨는 “아침부터 기다려 점심때 돼서야 받았지만 아주 좋다”며 “청와대쪽 발언 때문에 통큰치킨 판매가 중단됐다고 하던데 서민을 위한다면 그래서는 안 된다”고 덧붙였다.
오전 9시쯤 롯데마트 서울역점에 도착해 쇼핑을 하며 통큰치킨을 기다리던 김기호(68·여)씨는 “오늘까지만 팔고 끝난다니 너무 아쉽다”며 “초등학교 다니는 손자에게 주려고 아침부터 채비하고 나왔는데 다행히 살 수 있었다”고 말했다. 또 다른 손님 윤모(71)씨는 “동네 치킨집이 너무 비싸게 판다”며 “5000원까지는 아니더라도 이번 일을 계기로 서민을 생각해 치킨 가격을 낮춰야 한다”고 성토했다.
롯데마트는 이날 개점 시간인 오전 10시 이전부터 줄을 선 손님에 한해 17∼18일 이틀간 더 치킨을 팔기로 했다.
통큰치킨 판매가 중단된 것에 대해 네티즌들은 아쉬움을 토로했다. 블로그와 트위터 등을 통해 네티즌들이 만든 통큰치킨 ‘영정사진’이 빠르게 퍼졌다. 영정사진을 들고 직접 롯데마트를 찾은 네티즌의 사진도 화제를 모았다. 드라마 ‘대물’의 장면을 패러디한 ‘통큰치킨 장례식’도 눈길을 끌었다. 통큰치킨 장례식 패러디 사진에는 트위터에 통큰치킨을 비판한 정진석 청와대 민정수석의 조화도 눈에 띄었다.
한 네티즌은 “프랜차이즈 업체가 공개한 치킨 원가가 1만2000원이 훨씬 넘는다고 주장하는데 믿을 수 없다”며 “프랜차이즈 치킨점 불매운동이라도 펼쳐야 한다”고 말했다.
한편 한국가금산업발전협의회는 이날 롯데마트에 통큰치킨이 ‘역마진 미끼상품’인 것을 인정하고 자신들에게 피해를 입힌 점에 대해 사과할 것을 요구했다. 협의회는 치킨 판매업자 5만여명, 양계농가 관계자 10만여명 등으로 구성돼 있다.
문수정 기자, 이지혜 인턴기자 thursda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