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제역 전국 확산 비상] 양주·연천지역 “한 해 두 번이나 끔찍한 일 겪나” 허탈

입력 2010-12-15 18:27

“한 해에 두 번이나 가축 전염병 공포에 시달려야 하는 처지가 원망스러울 뿐입니다.”

15일 구제역이 발생한 것으로 판명돼 사육 중인 소 돼지를 무차별 살처분하고 있는 경기도 양주시와 연천군 일대 축산농가들은 우려가 현실로 나타난 것이라며 허탈해하고 있다.

올 들어 가장 추운 이날 새벽부터 방역 당국이 양주시 남면 상수리와 연천군 백학면 노곡2리 돼지농장 등 구제역 발생 농가 2곳의 돼지 2400여 마리를 먼저 땅속 깊이 묻은 데 이어 반경 500m 이내 21농가의 소 돼지 1만5900여 마리에 대한 살처분을 계속했다.

양돈협회 연천군지부장 이준길씨는 “멀리 경북 안동에서 가축 전염병이 발생한 뒤 축사를 소독하는 등 노심초사했지만 이동제한 조치 기간이 끝나기도 전에 이곳으로 건너뛴 것에 모두 망연자실해하고 있다”고 말했다.

양주 지역 축산농가들도 농업기술센터 전창섭 과장을 중심으로 살처분 이후의 구제역 확산방지 방안을 논의하는 등 피해를 줄이기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다. 더욱이 이 지역 농민들은 연천과 포천에서 지난 1∼2월에도 구제역이 발생해 가축 5956마리를 살처분하는 피해를 입은 데 이어 한 해를 넘기지 못하고 또다시 같은 일을 겪게 된 것을 안타까워하고 있다.

이 때문에 축산농가 사이에는 ‘안동 지역의 방역망이 너무 쉽게 뚫린 것 아니냐’며 원망하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안동의 구제역 발생 농가에서 일하던 외국인 근로자 가운데 한 명이 이동제한을 무시하고 일자리를 찾아 이 지역으로 스며들어 왔다는 얘기가 떠도는 등 당국이 안일하게 대처하는 바람에 농민들의 고통이 가중되고 있다는 의혹이 제기되고 있다.

양주·연천=김칠호 기자 seven5@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