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군 주력 함포에 ‘짝퉁 부품’ 의혹
입력 2010-12-15 21:50
우리 해군의 주력 무기인 76㎜ 함포의 주요 부품이 외국 제조사의 정품이 아닌 국내산 모조품이라는 의혹이 제기돼 검찰이 수사에 나섰다.
천안함 사건과 연평도 포격 등 북한의 도발이 이어지는 가운데 부산지검 특수부가 수사 중인 링스 헬기 정비 부실에 이어 불거져 나온 이번 군납비리 의혹이 사실로 밝혀질 경우 관련자 문책은 물론 군 조달체계 전반에 대한 정밀 조사가 불가피할 전망이다.
창원지검 특수부(부장검사 이성희)는 15일 외국 제조사의 정품을 사용해야 하는 우리 해군 함정용 76㎜ 함포의 핵심부품인 주퇴·복좌장치의 부품을 국내에서 몰래 제작, 해군에 납품했다는 제보가 접수돼 부산과 김해시의 군납업체 한 곳씩을 14일 압수수색했다고 밝혔다.
두 업체 중 J사는 해당 부품을 만든 제조업체이며, S사는 J사가 만든 부품을 해군에 납품하는 역할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주퇴장치는 포탄 발사 후 포신이 뒤로 이동할 때 일정한 거리 내에 정지하도록 하는 제동장치이며 복좌장치는 후퇴한 포신을 원래 위치로 돌려보내는 역할을 한다. 이들 부품에 문제가 생기면 포 발사 후 포는 물론 함정에까지 영향을 미칠 수 있다.
이탈리아 오토멜라라사가 제작해 해군에 납품한 76㎜ 함포는 부품 역시 이 회사가 만든 정품을 사용해야 하지만 이들 업체는 2004∼2005년 사이 주퇴·복좌장치를 국내에서 제작해 미국으로 보낸 뒤 다시 역수입해 납품을 성사시킨 의혹을 받고 있다.
검찰 관계자는 “성능이 검증된 외국 정품을 사용해야 할 함포 부품에 국산제품을 썼다는 제보가 들어와 사실여부를 확인하기 위해 수사에 착수했다”며 “사실로 드러나면 국방부 조달본부 관계자들이 짝퉁 부품의 납품 여부를 알고도 묵인했는지에 대해서도 조사할 방침”이라고 말했다.
이에 대해 해군 관계자는 “정비수요로 인해 국방부 조달본부를 거쳐 검찰이 압수수색한 업체로부터 2005년 무렵 76㎜ 함포의 주퇴·복좌장치를 해군이 구매한 사실은 있지만 지금은 계약된 사항이 없다”고 밝혔다.
76㎜ 함포는 우리 해군 초계함과 구축함에 장착되는 주력 함포로 2008년에 국내 방산업체인 현대위아가 국산화를 완료해 올해부터는 국산 제품이 함정에 장착되고 있다.
창원=이영재 기자 yj3119@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