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얼굴의 북한… 앞에선 “6자회담”-뒤에선 핵실험 분주

입력 2010-12-15 18:14

북한이 겉으로는 6자회담 참여 의사를 밝히면서 속으로는 추가 핵실험을 준비하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강온 전략을 번갈아 쓰며, 국제사회를 상대로 고도의 심리전을 펼치고 있다는 해석이다.

북한은 최근 방북한 중국 다이빙궈(戴秉國) 국무위원에게 중국이 제의한 6자회담 수석대표 긴급 회동에 참여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중국의 압력도 있었겠지만, 그보다는 자신들이 주장해 온 6자회담 재개 필요성을 다시 확인하며 제재 국면의 탈출을 시도하는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동시에 핵 카드도 쓰고 있다. 우리 정보당국에 따르면 함경북도 길주군 풍계리에서는 차량과 사람들의 움직임이 지속적으로 포착되고 있고, 갱도 굴착 등에서 나오는 토사도 확인되고 있다. 갱도 공사는 통상 핵실험을 위한 사전작업으로 실시된다.

일본 산케이신문은 지난달 중순 “영국 군사정보회사인 IHS제인스가 지난해 5월 두 번째 핵실험을 실시한 풍계리 주변 시설에서 터널 굴착 등의 활동을 보여주는 위성사진을 공개했다”고 보도했었다. 당시 신문은 핵실험장 남쪽 150m 지점에 새로 굴착한 토석류가 3000㎥ 쌓여 있는 것이 확인됐다고 전했다. 이런 추세면 내년 3월에 핵실험이 가능할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북한은 또 지난달 방북한 시그프리드 헤커 스탠퍼드대 국제안보협력센터 소장에게 영변 지역의 원심분리기를 갖춘 우라늄 농축시설을 공개했고, 지난달 초 방북한 잭 프리처드 한미경제연구소(KEI) 소장에게는 “영변에 실험용 경수로를 건설 중”이라고 밝혔다.

북한의 두 얼굴은 국제사회에서 자신들의 협상력을 높이려는 의도로 풀이된다. 김용현 동국대 교수는 “다양한 카드를 통해 국제외교전에서 협상의 우위를 확보하려는 의도”라며 “그러나 한·미가 계속 압박할 경우 제3차 핵실험 등의 초강수를 사용할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이런 강공책은 김정은 후계 승계 과정에서 내부 긴장을 조성해 불만세력을 잠재우려는 포석도 깔렸다는 관측이다.

엄기영 기자 eo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