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라늄 농축시설 어디에 얼마나 있나… 北금창리·영저리 의심, 복수의 核시설 존재 가능성
입력 2010-12-15 21:29
북한에 여러 개 우라늄 농축시설이 존재할 가능성이 제기되면서 한·미 정보 당국의 움직임이 빨라지고 있다.
현재로선 북한의 우라늄 농축기술 및 추가시설 존재 여부 등이 명확히 확인되지 않았다. 그러나 청와대 핵심 관계자는 15일 “미국 과학자들이 우라늄 농축시설 소재지가 영변만은 아닐 것이라고 분석하고 있고, 우리도 ‘북한이 보여준 곳 외에 더 있을 것’이라는 강한 의구심을 가지고 있다”고 밝혔다.
북한은 지난달 방북한 미국의 핵 전문가인 시그프리드 헤커 박사에게 영변의 우라늄 농축시설을 공개하면서 ‘원심분리기 2000대를 보유하고 있다’고 주장했었다. 영변의 시설은 연간 1∼2개의 우라늄 핵무기를 생산할 수 있는 규모다. 헤커 박사는 “핵 사찰을 받았던 영변은 비밀 유지가 어렵다”며 다른 비밀 시설의 존재 가능성에 무게를 싣고 있다.
핵전문 싱크탱크인 미 과학국제안보연구소(ISIS) 데이비드 올브라이트 소장도 지난달 보고서에서 지난해 4월 영변지역에 없었던 우라늄 농축시설이 신속히 구축된 점에 비춰 다른 곳에 원심분리기 설비를 구축했다가 영변으로 이전했을 가능성을 제기했다.
이처럼 영변이 외부에 노출된 장소라는 점, 북한이 고농축 우라늄 프로그램의 존재를 시인했던 게 2002년 10월이라는 점 등을 고려하면 복수의 농축시설이 존재할 가능성이 매우 높다는 게 한·미 전문가들의 공통된 의견이다.
지금까지 알려진 북한의 핵시설 혹은 의심 시설은 10개가 넘는다. 폭로 전문 웹사이트인 위키리크스가 공개한 중국 상하이 주재 미 영사관의 비밀 외교전문(電文)에 따르면 해저 핵시설의 존재 가능성까지 제기된다.
한·미 정보 당국은 이 가운데 평북 대관군 금창리 동굴단지와 양강도 영저리 등에 주목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금창리 시설은 1998년 미국이 사찰을 실시했던 곳이다. 지난 10월 사망한 황장엽 전 노동당 비서는 2004년 미국의소리(VOA) 방송과의 인터뷰에서 “평양에서 북쪽으로 160㎞ 떨어진 금창리 동굴단지에 고농축 우라늄(HEU) 개발 계획이 감춰져 있다고 믿고 있다”고 증언하기도 했다.
평북 천마산, 자강도 하갑 등의 지하시설도 의심된다. 특히 우라늄 농축시설의 경우 대규모 단지가 필요한 플루토늄 핵시설과 달리 300평 정도의 소규모 장소면 충분하다는 점에서 평양 주변의 과학단지나 연구소 등도 후보군에 들어간다.
그러나 지하에 소규모로 설치된 농축시설은 정찰위성 등으로 탐지하기 어렵기 때문에 향후 한·미가 존재 유무를 확인하는 데 상당한 어려움이 따를 전망이다. 우라늄 농축시설은 제논, 크립톤 등 방사능물질도 거의 배출하지 않는다.
한국국방연구원(KIDA) 김태우 박사는 “농축시설이 소규모일 경우 전력 소모량도 많지 않다”며 “우라늄 농축시설의 존재를 탐지하고 증명할 수 있는 특정요소가 거의 없어 북한이 보여주지 않는 한 추정이 매우 어렵다”고 말했다.
엄기영 남도영 기자 eo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