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 ‘폭력 행사 의원’ 위로 전화 논란
입력 2010-12-15 18:18
한나라당 김성회 의원이 새해 예산안 강행처리 직후 이명박 대통령의 전화를 받은 것으로 15일 밝혀지면서 논란이 일고 있다. 김 의원은 지난 8일 예산안 처리 과정에서 민주당 강기정 의원과 난투극을 벌였기 때문이다. 정치권 일각에서는 ‘대통령이 예산 통과를 위해 폭력을 휘두른 의원에게 잘했다고 두둔한 것 아니냐’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김 의원은 본보와의 통화에서 “이 대통령이 새해 예산이 처리되던 날 밤 (인도네시아·말레이시아 순방차) 비행기에 타시기 전에 격려 차원의 전화를 주셨다”고 밝혔다. 그는 “난투극이 있었다는 얘기를 듣고 제 몸이 괜찮은지 묻는 차원에서 전화하신 것”이라며 “제가 다친 걸 알고 ‘몸조리 잘하라’고 하셨다”고 밝혔다.
청와대 고위관계자도 “이 대통령이 당시 출국 직전 성남 서울공항 대기실에서 김 의원이 다쳐 병원에 입원했다는 보고를 받고 위로전화를 한 것”이라며 “대통령은 김 의원에게 ‘괜찮냐’ ‘오늘 애썼다’ 정도의 얘기만 하고 바로 전화를 끊었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또 이 대통령이 김 의원과 강 의원 간의 폭력사태에 대한 보고를 받았는지 여부에 대해 “구체적으로 보고를 받았는지는 모르겠다. 특별히 상황보고는 하지 않았다”고 답했다.
그러나 민주당은 대통령이 ‘예산안 날치기’를 배후조종한 정황이 드러난 것이라고 날을 세웠다. 손학규 대표는 천안에서 열린 대전·충남 결의대회에서 “대한민국 국가원수라는 분이 폭력 국회의원에게 ‘예산 처리에 수고가 많았다’니 이게 있을 수 있는 일인가”라고 반문한 뒤 “설사 마음속으로 ‘내 똘마니 잘했어’라고 생각하더라도 대통령으로서 품격이 있는 것”이라며 강하게 비판했다. 손 대표는 또 “이번 날치기의 가장 큰 상징이 되는 폭력 국회의원에게 전화했다는 것은 날치기를 대통령이 직접 지시했다는 움직일 수 없는 증거”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한편 평소 강 의원과 친분이 두터웠다고 밝힌 김 의원은 “아직 서로 연락을 하지 않고 있지만 시간이 지나고 차차 안정이 되면 해결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한장희 노용택 기자 nyt@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