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나라 ‘예산 내홍’ 일단 휴전… “지도부 인책보다 자성이 우선” 입장 정리

입력 2010-12-16 00:26

새해 예산안 처리를 놓고 불거진 한나라당 내홍 사태가 15일 숨고르기에 들어갔다. 자성론과 함께 ‘대안 부재론’이 확산되면서 안상수 대표, 김무성 원내대표를 겨냥한 추가 인책론은 일단 수면 아래로 가라앉는 모양새다. 하지만 당·청 관계 정상화를 요구하는 당내 목소리가 여전해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비준 동의안 처리 등 이슈가 적지 않아 재점화 가능성은 남아 있다.

개혁 성향의 초선 의원 모임인 ‘민본21’은 이날 예산안 사태와 관련한 모임을 갖고 ‘인책보다 자성이 우선’이라는 쪽으로 입장을 정리했다. 간사인 김세연 의원은 브리핑에서 “한두 사람의 책임이라기보다 의원 모두의 책임이라는 인식하에 해결책을 찾기로 했다”며 “안 대표나 김 원내대표의 사퇴를 요구한 사람은 없었다”고 전했다. 이들은 앞서 김 원내대표와 오찬 회동을 갖고 “예산 처리 과정에서 주요 정책 예산이 누락됐고 폭력 국회가 재현됐다”는 등의 당내 비판적인 여론을 전달했다. 김 의원은 “의원들이 김 원내대표의 설명을 듣고 (예산안 강행 처리가) 청와대의 지시에 의해 이뤄진 것은 아니었음을 확인했다”고 덧붙였다.

이런 기류 이면에는 대안 부재론이 크게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한 수도권 재선 의원은 “사퇴를 요구할 경우 당장 전당대회를 열어야 하는데 마땅한 대안이 없다”며 “특히 새로 뽑히는 대표는 총선 공천권과 대선 경선 관리까지 맡아야 하기 때문에 그 과정에서 계파별 이해가 첨예하게 대립할 수 있다는 우려가 많았다”고 설명했다.

당 지도부는 일정 정도 내분 사태가 수습됐다고 보고 대야 공세에 나섰다. 이종구 정책위부의장을 비롯한 국회 예결특위 계수조정소위 소속 의원들은 기자간담회를 열고 “민주당의 필리버스터(의사진행방해 행위)로 증액 심사가 물리적으로 불가능했다”며 “민주당도 챙길 예산은 다 챙겼으면서 악의적으로 서민예산을 깎았다며 왜곡 선전을 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구상찬 홍정욱 김성식 정태근 의원 등 ‘초선 쇄신모임’ 소속 의원들은 다른 움직임도 보이고 있다. 이들은 이날 오후 국회에서 모임을 갖고 “더 이상 당이 청와대에 끌려 다녀선 안 된다. 당의 자율권을 확보하고, 국회 폭력행위 등에 대해서는 협조하지 않는다”는 의견을 공유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들은 앞으로 청와대와 당이 쟁점법안 처리를 강요할 경우 이를 거부하고, 강행 처리에 동참할 경우 19대 총선 불출마까지도 각오하겠다는 입장을 담은 성명을 16일 발표할 예정이다. 이들은 또 동조하는 재선 및 중진 의원들을 모을 방침이라고 밝혀 향후 추이가 주목된다.

김나래 유성열 기자 nukuva@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