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애기봉 성탄트리, 평화의 메신저 되길
입력 2010-12-15 18:06
서부전선 최전방인 경기도 김포시 애기봉의 대형 성탄트리가 7년 만에 다시 불을 밝힌다. 여의도순복음교회가 올 성탄절을 기해 애기봉 등탑에 전구를 단 성탄트리를 만들고 점등식을 갖자고 제의한 데 대해 군이 흔쾌히 받아들였다. 점등식은 교계 지도자와 성도 등 400여명이 참가한 가운데 21일쯤 열릴 것으로 보인다.
애기봉 성탄트리 재점등은 종교적, 정치·군사적으로 각별한 의미가 있다. 한국 교회는 6·25전쟁 이후 인류 구원자인 예수 그리스도의 탄생을 기쁜 마음으로 북녘 동포들에게 알리기 위해 소나무를 이용해 트리를 만들었다. 그러다 1971년 현재의 30m 등탑을 세웠다. 매년 5000여개의 오색 전구를 달고 북쪽을 향해 성탄의 불빛을 보냈으며, 점등식과 함께 치르는 성탄 예배를 통해 그리스도의 복음을 전했다. 수십년 동안 자유와 평화의 등대 역할을 해온 셈이다.
하지만 2004년 열린 남북 장성급 회담에서 북측은 “애기봉 철탑과 자유로 차량 불빛이 우리를 가장 자극한다”며 철거를 요구했고, 남측이 이를 수용함으로써 성탄트리 점등은 중단됐다. 애기봉과 북한의 거리는 3㎞에 불과하고, 성탄트리를 점등하면 멀리 개성에서도 훤히 볼 수 있다. 군이 이번에 점등을 허용한 것은 천안함 폭침과 연평도 공격을 자행한 북한 당국을 향해 심리전을 본격화한다는 의미를 갖고 있다. 북이 싫어한다고 해서 점등 안할 이유가 없다는 게 우리 군의 판단이다. 군은 심리전 일환으로 이미 대북 FM 방송을 실시하고 있으며, 지난달에는 대북 전단 40만장을 살포했다.
군의 판단과 관계없이 성탄트리 재점등은 한국 교회가 전쟁이 아닌 평화를 간절히 호소하는 대북 메시지를 담고 있다. 북의 연평도 공격 이후 남북한 주민들은 전쟁 발발 가능성을 두려워하고 있는 게 사실이다. 전쟁을 막는 길은 남북한 당국자들이 그리스도의 사랑을 적극적으로 실천하는 것밖에 없다는 사실을 직시해야 할 것이다. 어떤 이유로도 전쟁만은 막아야 한다는 것이 아기 예수의 바람이라고 본다. 애기봉에서 다시 불 밝히게 될 성탄트리가 한반도 평화의 메신저가 되기를 기원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