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길태 사형 → 무기징역… 피해자 부모 “분하고 원통, 뒤통수 맞은 기분”

입력 2010-12-15 21:49

부산 여중생 이모(13)양을 납치·성폭행한 뒤 살해한 혐의로 기소된 김길태(33·사진)에 대해 항소심 재판부가 사형을 선고한 원심과 달리 무기징역을 선고했다.

부산고법 형사2부(부장판사 김용빈)는 15일 항소심 선고공판에서 김의 유죄를 모두 인정하면서도 무기징역으로 감형했다. 김에 대해 20년간 위치추적 전자장치 부착과 10년간 신상정보 공개를 명령한 부분은 원심을 그대로 유지했다.

재판부는 판결문에서 “사형선고는 불특정 다수를 무자비하고 계획적으로 살해하는 등 수형자가 살아 숨쉬는 것 자체가 국가나 사회의 가치와 존립할 수 없는 조건에서만 선고해야 한다”며 “피고인의 나이, 성행, 수단, 방법 등 양형조건을 종합적으로 고려할 때 무기징역에 처함이 상당하다”고 밝혔다.

그러나 재판부는 “피고인이 객관적인 증거가 확실할 때는 어쩔 수 없이 인정하면서도 중요한 부분에서는 기억이 나지 않는다고 주장하는 등 치밀하고 교묘하게 불리한 상황을 빠져나가려고 했으며 범행당시 피고인이 사물을 변별할 능력이 없었다고 보기 어렵다”고 말했다.

법원의 이 같은 판단에 그간 극형을 요구해 온 피해자 유가족과 시민단체 등은 크게 반발하고 있어 향후 대법원의 최종 판결이 주목된다.

숨진 이양의 어머니 홍모(38)씨는 “당연히 사형판결이 날 줄 알았는데 재판부에 뒤통수를 맞은 기분”이라며 “내가 이렇게 분한데 하늘에 있는 우리 딸은 어떤 심정이겠느냐”고 분통을 터뜨렸다.

부산성폭력상담소 관계자는 “충격에 빠져 별다른 대응을 하지 못했던 1심과 달리 항소심에서 홍씨가 김의 중형을 바라는 탄원서를 법정에 제출하는 등 노력했는데 오히려 감형돼 상심이 큰 상태”라며 “가해자에 대한 인권보다 피해자 가족에 대한 배려와 마음을 헤아릴 수 있는 제도적 장치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김은 지난 2월 24일 오후 7시7분에서 25일 0시 사이 부산 덕포동의 한 주택에서 혼자 있던 이양을 납치·성폭행하고 살해한 혐의로 구속기소돼 1심에서 사형을 선고받자 곧바로 항소했다.

부산=윤봉학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