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끝없는 탐욕’… 병원장 16명 등 100억대 보험사기 가담

입력 2010-12-15 21:49

대형병원 원장들이 허위 보험 계약으로 병원 돈을 매달 수천만원씩 빼돌렸다가 경찰에 적발됐다. 보험판매업자는 보험료를 대납한 뒤 보험사로부터 가입 수수료 105억원을 챙긴 것으로 조사됐다.

서울지방경찰청 경제범죄특별수사대는 15일 보험판매업자에게 대납토록 한 보험료를 직접 낸 것처럼 서류를 꾸며 세금을 탈루한 혐의(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상 사기 등)로 서울 모 종합병원 원장 황모(67)씨를 비롯해 병원장 16명 등 63명을 불구속 입건했다. 경찰은 이들과 보험 계약을 체결한 뒤 보험사로부터 수수료 105억원을 받아 챙긴 혐의로 보험판매업체 대표 전모(43)씨도 불구속 입건했다.

황씨는 지난해 8월부터 지난 1월까지 의사와 간호사 등 직원 200여명을 대상으로 전씨와 종신보험 980건을 체결, 매달 전씨가 대납한 보험료 5000만∼2억원을 병원 예산으로 낸 것처럼 회계 장부를 꾸며 모두 15억원을 빼돌리고 과세를 피한 혐의다. 황씨를 포함해 8개 종합병원 원장과 성형외과 피부과 산부인과 치과병원 원장 등 전국의 병원장 16명이 같은 혐의를 받고 있다.

전씨는 지난해 3월 초부터 지난 3월 말까지 병원장 등 62명과 짜고 보험 3780건을 계약한 뒤 보험료 80억원을 대납하고서 국내외 18개 보험사로부터 수수료 105억원을 받아 챙긴 혐의다. 전씨는 보험 가입자 유치 시 보험사가 가입 수수료의 60%를 한 달 내 지급하는 점을 이용했다. 전씨는 수수료로 2∼8개월간 보험료를 대납하다 해지하기를 반복하면서 차액을 불린 것으로 조사됐다.

경찰 관계자는 “보험료 대납 등 보험업계의 뿌리깊은 리베이트 관행이 보험시장을 문란하게 하고 있다”며 “병원장 등이 가담한 이번 사건은 일부 사회지도층의 비도덕성을 보여준다”고 말했다.

강창욱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