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 언론 ‘정부 통제’ 반발 잇따라

입력 2010-12-15 18:03

당국의 엄격한 통제에도 불구하고 중국의 일부 언론 매체들은 반체제 인권변호사 류샤오보(劉曉波)의 노벨평화상 수상 소식을 간접 묘사하는 등 반발하는 모습이다.

광둥(廣東)성 성도 광저우(廣州)시에서 발행되는 남방도시보는 12일자 1면에서 평평한 바닥에 빈 의자 3개와 학 5마리, 그리고 학 앞에 한 사람이 손바닥을 펴고 있는 사진을 게재됐다. 광저우 장애인아시안게임 개막에 대한 기사만 실렸을 뿐 이 사진에 대한 설명은 없었다.

중국 누리꾼들은 이 사진이 지난 10일 빈 의자가 대신했던 류샤오보의 노벨평화상 시상식 장면을 은유적으로 표현한 것으로 추측하고 있다. 사진이 노벨평화상을 의미하는 ‘허핑장(和平奬)’을 뜻한다는 것이다. 학은 중국어로 ‘허(鶴)’로 발음하며, 평평한 바닥은 ‘핑(平)’, 손바닥은 ‘장(掌)’으로 발음된다.

일부 누리꾼은 “사진 속 모자 쓴 사람이 손바닥을 펴고 학들을 막고 있는 건 독재자가 민주인사들의 노벨평화상 시상식 참석을 막은 걸 상징한다”고 해석하기도 했다.

인터넷을 통해 이 같은 해석이 확산되자 남방도시보 측이 “장애인아시안게임 리허설 때 찍은 사진으로 주최 측에서 배포한 것”이라며 확대해석을 하지 말 것을 주문했다.

광둥성에서 매주 3만부가량 발행되는 시사주간지 시대주보(時代周報) 13일자는 사회운동가 자오롄하이(趙連海)를 ‘영향력 있는 시대의 100인’ 가운데 한 명으로 선정했다. 자오는 ‘멜라민 분유’ 피해자 부모들의 대표로 활동하다 투옥됐다. 문제의 내용이 포함된 사실이 중국 언론당국에 확인되면서 출판된 시대주보를 회수하는 소동이 빚어졌다고 홍콩 명보(明報)가 15일 보도했다.

중국 당국은 노벨평화상 시상식 직후 ‘빈 의자’를 인터넷 검색 금지어로 규정하는 등 언론통제에 나섰다. 하지만 개인블로그 등을 통해 노벨평화상 시상식의 빈 의자 사진과 류샤오보의 문학작품 등은 빠르게 퍼지고 있다.

베이징=오종석 특파원 jsoh@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