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안화, 달러 ‘밀어내기’ 가속… “장기적으로 달러와 맞먹는 기축통화 될 것”
입력 2010-12-15 18:01
글로벌 통화로 발돋움하려는 중국 위안화의 기세가 등등하다. 이는 위안화의 역외 거래량 증가, 무역 결제통화 기반 확대, 투자상품 메뉴 풍성 등에서 엿볼 수 있다.
◇세계를 향한 위안화=월스트리트저널(WSJ)은 15일 ‘위안화, 역외거래 본격 시작됐다’는 제목의 기사에서 역외거래가 몇 개월 새 제로(0)에서 하루 4억 달러로 급증했다고 보도했다. 역외거래를 하면 개인이나 기업들이 투자, 대출 등에 필요한 위안화를 국내 세금 등을 피해 쉽게 조달할 수 있다.
하루 4조 달러 규모의 전 세계 외환시장에서 위안화 거래 비중은 아직 미미하다. 하지만 증가 속도는 괄목할 만하다고 WSJ는 강조했다. 중국 기업들이 거래가 자유화된 홍콩에 계좌를 두면서 이 계좌에 연말까지 쌓일 위안화는 3000억 위안(450억 달러)에 달할 것으로 예상됐다.
위안화로 무역대금을 결제할 수 있는 인프라도 강화되고 있다. 뉴욕타임스(NYT)에 따르면 러시아는 중국과의 접경 지역에 루블-위안화 거래소를 15일 개소했다. 양국 간 상호결제협약에 따라 지난달 상하이에 위안-루블 거래소를 연 데 이은 조치로, 중국 본토와 홍콩 이외 지역에 위안화 거래소가 개설된 건 처음이다. 양국 무역업자들은 그동안 달러를 매개로 대금을 결제했었다. 러시아가 최대 천연자원 수출국이고 중국의 ‘블랙홀 수요’를 감안하면 향후 양국 간 거래에서 위안화가 달러를 밀어낼 공산이 크다.
전문가들은 중국의 2조3000억 달러 수입 가운데 현재 위안화 결제 비중은 1% 미만이지만 수년 내 20∼30%로 확대될 것으로 내다봤다. 신흥국과의 교역에선 절반을 차지할 전망이다. 이런 분위기에 기대 뉴욕·런던·도쿄의 금융기관들은 앞다퉈 위안화 거래시스템 구축을 서두르는 형편이다.
◇위안화 기축통화 시대 오나=중국 정부는 위안화 국제화를 기치로 지난해부터 속도를 높이고 있다. 지난해 중반 위안화 무역결제 시험프로그램을 도입한 후 올해 7월부터 본격 가동 중이다. 위안화는 이제 달러, 유로, 엔, 홍콩달러, 영국파운드는 물론 러시아 루블, 말레이시아 링깃으로도 사고팔 수 있게 됐다. 은행과 개인이 중국 본토 바깥에서 위안화를 자유롭게 사고파는 것도 허용됐다.
이 때문에 위안화가 엔화를 제치고 달러, 유로와 함께 3위 국제 결제통화가 될 거라는 전망과 장기적으로 달러와 쌍벽을 이루는 기축통화가 될 거라는 평가가 나온다. 홍콩의 중앙은행격인 통화청의 노먼 찬 청장은 WSJ와의 인터뷰에서 “새로운 시대의 시작이다. 위안이 장차 완전 태환이 돼가는 단계로 가는 발걸음”이라고 평가했다.
위안화가 명실상부한 국제통화가 되기 위해선 현재 상품 및 서비스 등의 경상거래에만 허용되고 있는 위안화 자유화가 자본거래 영역까지 확대돼야 한다. 시장에선 그 시점을 중국 당국이 상하이를 국제금융센터화하기로 한 2020년으로 예상하고 있다.
손영옥 선임기자 yosoh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