희망제작소 ‘해피시니어 어워즈’ 행복나눔상 수상 손홍식씨… 575번 헌혈, 콩팥 기증
입력 2010-12-15 19:22
‘헌혈왕’ 손홍식(60)씨. 그는 26년간 575차례 세상과 피를 나눴다. 두 달에 한 번씩이다. 처음에는 주사 바늘이 무서웠다. 하지만 생각만 하고 실천하지 않는 삶이 더 부끄러웠다. 1984년 어느 날 그는 매일 출퇴근길에 봤던 헌혈 차에 스스로 올랐다.
특별한 계기는 없었다. “어느 날 문득 이런 생각이 들더군요. ‘좋은 일을 하려 해도 사람마다 생각하는 게 다르니까 오해가 생기게 마련이다.’ 행동하지 않으려는 핑계였죠. 사실 헌혈은 그냥 하면 되는 거잖아요. 실천하면 그만인 일도 못하고 있는 자신이 너무 작아 보였습니다.”
부인은 잦은 헌혈을 걱정하면서도 남편을 말릴 생각은 안 했다. 언제부턴가 자녀들도 아버지를 따라 헌혈을 시작했다.
나눔의 마음은 장기기증으로 이어졌다. 그는 1991년 장기기증을 서약했다. 3년 후 그의 콩팥이 필요한 만성신부전증 환자가 있다는 연락을 받고 주저 없이 수술대에 누웠다.
그의 콩팥을 받은 사람은 당시 현대건설 현장 사무소에 근무하던 34세의 젊은 노동자였다. 손씨는 한창 때 시들 뻔한 귀한 인생의 꽃이 자신의 장기기증으로 피어난 게 오히려 고맙다고 했다. 그는 2002년에도 간염을 앓던 60대 할머니에게 간 일부를 기증했다. 손씨는 2005년 6월 회사를 퇴직하고 지금은 광주연화복지회에서 요양보호사로 근무하고 있다.
“어차피 저도 나이 먹잖아요. 더 늦기 전에 사회봉사 경험을 쌓고 싶었죠. 저도 그런 봉사를 받을 때가 올 테고.”
손씨는 15일 희망제작소가 마련한 ‘2010 해피시니어 어워즈-인생 후반전을 사회공헌활동으로 엮어낸 사람들’ 행복나눔상 부문을 수상했다. 소감은 덤덤했다.
“살아 보니 인생살이 다 ‘품앗이’데요. 제가 특별하다고 생각하지 않아요. 다른 사람들도 다른 영역에서 봉사하며 살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우리 세상이 균형 맞게 나아가고 있는 거죠. 지금까지 해 온 활동 더 열심히 하라는 채찍으로 생각하겠습니다.”
희망제작소는 이날 전직 외교관인 권병현(71)씨, 언론인 출신의 박병창(59)씨를 각각 ‘희망씨앗상’ ‘새삶개척상’ 수상자로 선정했다.
권씨는 35년 외교관 생활을 마치고 사단법인 미래숲을 설립해 지난 10년간 중국에서 사막화 방지를 위한 식수조림사업을 펼쳐왔다. 그동안 한·중 대학생 봉사대가 400만 그루의 나무를 중국 사막에 심어 15㎞에 달하는 ‘녹색 만리장성’을 만들었다.
박씨는 언론사 퇴직 후 주거복지연대와 인천남동복지센터에서 저소득층 일자리 상담, 어린이 공부방 개설 등을 위해 활동해 왔다. 시상식은 이날 오후 4시 서울 낙원동 춘원당 한방박물관에서 열렸다.
전웅빈 기자 imu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