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메라는 더 이상 돌지 않지만 천무단 야구는 계속됩니다, 쭉∼

입력 2010-12-15 17:26

“형, 왜 빨리 안와, 또 늦잖아.”

KBS 2TV ‘천하무적 야구단’(‘천무단’)의 주장 이하늘이 동생들의 구박에 헐레벌떡 들어온다.

“야! 빨리 가면 빨리 끝나잖아!”

14일 오후 10시 서울 상암동 CGV에서는 한해 동안 야구하느라 골병 든 ‘천무단’ 단원들을 격려하는 시상식 ‘골병든 글러브’ 녹화가 한창이었다. ‘천무단’의 연말 특집으로 올해가 2회째지만, 마지막 방송이기도 하다. 2011년 개편 때 폐지가 결정돼 오는 25일 방송을 끝으로 막을 내리기 때문이다.

김창렬은 “KBS는 우리를 미워하나봐”라며 툴툴거리고, 이하늘은 “KBS 사장님이 밉다”고 너스레를 떤다. 다들 뼈있는 농담을 던지지만 대놓고 울음소리를 내지는 않는다. 최재형 PD는 “아마도 마지막 경기(평택 홀리데이 전)가 끝나고 멤버들이 울만큼 울어서인 듯 하다”고 말했다.

‘천무단’은 2009년 4월 야구를 사랑하는 연예인들이 주축이 돼 결성됐다. 첫 해만 해도 총 21경기에서 패한 게 17번일 정도로 ‘오합지졸’이었지만, 올해에는 18전 9승 9패로 야구 관계자들도 놀랄 정도의 ‘폭풍 성장’을 보였다. 특히 김준은 가장 크게 성장했다. 김창렬은 “야구 기초를 배우지 않은 친구였지만, 지금은 ‘땅’ 소리만 듣고도 공의 방향을 포착하고 쫓아간다. 수비 공격 가리지 않고 가장 월등한 성장을 보였다”고 말했다.

1년 8개월 동안 그라운드를 누비면서 몸이 성한 선수는 찾아보기 힘들었다. 이하늘은 방망이에 얼굴을 맞았고, 김성수는 슬라이딩을 하다가 발이 접질려 큰 고생을 했다. 최 PD는 “작년 12월에는 이현배가 송구를 하던 중 팔이 골절돼 4시간 동안 긴급 수술을 받았다. 이 프로그램을 앞으로 어떻게 해야 하나하고 위기의식을 느꼈다”고 털어놨다.

하지만 폐지가 확정된 지금과 같은 위기가 또 있을까. ‘천무단’이 아마추어 야구 동호인들을 위한 야구장이 부족하다는 문제의식에서 건립을 추진한 ‘꿈의 구장’은 현재 공사가 중단된 상태다.

최 PD는 “폐지 기사가 나간 후 많은 분들이 돕겠다는 전화를 주신다. 회사 차원에서도 특집 방송 등을 논의하고 있다. 쉽지는 않겠지만 꿈의 구장은 반드시 완공될 것”이라고 밝혔다.

‘천무단’은 카메라 없는 곳에서도 계속 야구를 할 계획이다. 김창렬은 “구리 쪽 리그에 이미 등록을 해 놨다. 방송 프로그램으로는 아니지만 하나의 야구 동호회로서는 가능하다”고 말했다.

녹화가 끝날 무렵, 주장 이하늘은 참았던 눈물을 끝내 감추지 못했다. “얘들아 너희들과 야구를 할 수 있어서 좋았다. 좋은 날 다시 만나자”

카메라가 꺼지기 전 ‘천무단’ 멤버들은 마지막으로 구호를 외쳤다. “천하무적 야구단, 일타일생.”

이선희 기자 sunn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