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판으로 본 기독교 100년] 셩교촬리(聖敎撮理) 샹뎨진리(上帝眞理)

입력 2010-12-15 18:49


순한글 세로쓰기로 발간… 기독교 교리 전파

이 두 책자는 웨일스 출신의 중국 선교사 그리피스 존이 한문으로 쓴 것을 선교사 언더우드가 한글로 옮긴 전도문서다. 언더우드는 1885년 한국에 온 이래 문서 선교의 중요성을 깨닫고 한국어를 열심히 배워 1년 후 우리말로 설교할 수 있게 되었다. 또한 외국인을 위한 한국어 사전 편찬 작업을 벌여 1890년 한영, 영한사전을 겸한 한영자전(韓英字典)을 완성시켰다. 영한사전의 효시라 할 수 있다. 아울러 성경의 한글 번역 사업에 주도적으로 참여하는 한편 기독교 교리를 알리기 위한 책자 발간에 힘썼다. 바로 그 대표적인 성과가 ‘셩교촬리’와 ‘샹뎨진리’의 간행으로 나타난 것이다. 순한글 세로쓰기 체재로 되어 있는 두 책자는 분량이 각각 20쪽 정도로 매우 얇았지만 초창기 선교에 커다란 공헌을 하였다.

1890년에 발간된 ‘셩교촬리’는 거룩한 가르침의 모음이라는 뜻처럼 대주(大主) 하나님, 삼위일체, 예수님이 세상에 오신 목적, 기도의 의미 등 기독교의 핵심 교리를 잘 정리해 놓았다. 특기할 사항은 예수를 믿는 자는 그 나라 법과 풍속을 지켜야 한다고 한 점이다.

‘예수를 따르는 자가 본국 풍속을 변하여 외국 풍속을 따르고 내 나라 어진 법을 버리고 다른 나라 이상한 법을 따르라 함이 아니니라.’

마지막에는 ‘누구든지 예수교를 알고자 하면 서울 정동과 각처에 있는 예수교회 교사를 찾아 물으면 자세히 알리라’고 하여 전도의 길을 활짝 열어놓고 있다.

이 책자는 가장 오래된 기독교 출판사인 죠션셩교서회(현 대한기독교서회)에서 낸 최초 출판물이다. 죠션셩교서회는 1890년 언더우드를 비롯하여 아펜젤러, 게일, 헐버트, 올링거 등 당시 장로교와 감리교의 선교사들이 뜻을 모아 세운 출판사로서 현재까지 무려 120년간이나 기독교 출판을 주도적으로 이끌어왔다. 그동안 4000여종의 단행본을 발행해온 이 출판사는 복음 전파와 기독교 신학의 정립은 물론 민족문화의 창달과 한국 사회의 발전에 지대한 공헌을 하였다. 대한기독교서회는 지금도 초기의 연합 정신을 살려 장로교 감리교 성결교 성공회 구세군 복음교회 하나님성회 침례교 등이 참여하고 있어 에큐메니컬 운동의 모범을 보여주고 있다.

‘샹뎨진리’는 언더우드 목사의 사택에 사설 인쇄소를 만들어 ‘그리스도셩셔’라는 출판사 이름으로 1891년에 발간한 전도문서다. ‘샹뎨’란 상제(上帝)의 옛 표기인데 하나님을 의미하는 용어로 쓰였다. 초기 한국교회에서는 유일신(God)에 대한 명칭이 상제 외에도 천주, 참신, 여호와, 하나님 등으로 다양했다. 20세기 초엽부터 ‘하나님’ 용어가 가장 보편적으로 쓰이게 되었다.

이 책자는 유일신의 올바른 의미와 성격을 논증하고 있다. 우선, 상제는 ‘천지 인물을 처음 만드신 큰 주 여호와이다. 알지 못하는 바 없으며 능치 못하는 바 없으며 계시지 아니한 곳이 없으며 시종이 없으며 변역이 없는 신이시다’고 하며 만물의 뿌리요, 근본이 되시는 분이라고 밝힌다. 이어서 유교, 불교 등 다른 종교와 민간 신앙을 기독교와 비교하고 이들은 여호와를 알지 못하고 있다고 주장한다. 이 책자에 나온 동양 전통 종교와의 비교 연구는 얼마 후 한국의 토착 신학자에 의하여 ‘셩산명경’(聖山明鏡, 최병헌 지음, 1909년) 같은 더욱 발전된 저술로 나타난다.

‘샹뎨진리’는 ‘여호와를 섬기라’는 권면으로 끝맺는다.

‘조선이 오래 여호와를 잊어버리고 …문에도 신이 있고 부엌에도 신이 있다 하여 절하고 기도하여 복을 빌고, 재앙과 복이 다 여호와의 주장인 줄 알지 못하니 어찌 애석치 아니 하리오. 마땅히 나무와 돌과 쇠와 흙과 종이와 그림으로 만든 화상을 다 버리고 항상 여호와만 공경할 것이니라.’

부길만 교수(동원대 광고편집학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