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려운 이웃에게 사랑을 이어주세요] ① 한부모여성가족센터 ‘무지개다리’
입력 2010-12-15 18:07
사회복지공동모금회가 선량한 관리자로서 의무를 다하지 못한 점을 반성하고 새로운 출발을 다짐하고 있다. 실망감에 잠시 식었던 나눔의 열기도 회복세다. 어떤 역경 속에서도 나눔은 계속돼야 한다. ‘작은 나눔’도 가난하고 어려운 이들에겐 ‘큰 희망’이 된다. 공동모금회가 전달한 온정으로 새 희망을 찾은 사람들의 이야기를 8회에 걸쳐 소개한다.
계속돼야 할 나눔 싱글맘들에 ‘희망 부축’을
“이제는 몸과 마음에 아픔 대신 사랑을 채워 넣어야죠.”
15일 서울 성산동 이대성산종합사회복지관에서 만난 권혜영(44)씨의 목소리는 힘든 형편 속에서도 희망에 차 있었다. 결혼 7년 만인 1997년 남편과 사별한 권씨는 “남편 없는 여자라고 함부로 보는 사회의 시선이 가장 견디기 힘들었다”고 당시를 회상했다. 초등학생이던 딸은 심한 우울증에 빠져 실어증에 걸렸다. 세상에 홀로 버려진 느낌이었다. 절망의 나날을 보내던 권씨는 2005년 이대성산종합사회복지관이 운영하는 ‘한부모여성가족센터 무지개다리’ 프로그램에서 같은 처지의 여성들을 만났다.
‘무지개다리’는 권씨처럼 사별이나 이혼으로 인해 홀로 아이를 키우는 싱글맘의 모임으로 2004년부터 운영됐다. 이들은 매주 목요일 저녁 복지관에 모여 서로의 고민을 얘기하고 컴퓨터, 요가동아리 등 활동을 한다. 48명으로 시작한 모임은 지난해까지 324명이 거쳐 갔고 지금은 89명이 참여하고 있다. 처음에는 생판 모르는 아줌마끼리 모여 뭘 하나 쭈뼛댔지만 아픔을 서로 다독여주면서 마음이 통하기 시작했다. 권씨는 “무지개다리를 통해 혼자가 아니라 누군가와 기쁨과 슬픔을 나눌 수 있다는 것을 알게 됐다”고 말했다.
무지개다리는 2008년 싱글맘 회원들과 책을 출판했다. 그들이 겪었던 아픔, 사회의 편견, 그리고 이를 극복해 나가는 과정을 진솔히 담아 같은 처지의 여성에게 희망을 전하자는 취지다. 집필에 참여한 권씨는 “싱글맘으로서 자기 얘기를 털어 놓는 것이 쉽지 않았지만 응어리진 얘기들을 표현하는 것만으로도 치유가 됐다”고 말했다.
여전히 싱글맘은 취업, 창업 등을 통한 경제적 자립이 어렵다. 권씨도 대형마트에서 판매직으로 근무하다 허리를 다쳐 그만둔 뒤 지난 9월부터 과학학습지 전화상담원으로 일하며 힘든 살림을 이어가고 있다. 무지개다리 조지혜 사회복지사는 “자립의지는 높지만 좋은 일자리를 얻지 못해 상처받는 분들이 많다”며 “이들이 다시 일어설 수 있도록 위로하는 것이 우리의 몫”이라고 말했다.
이용상 기자 sotong203@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