伊 베를루스코니, 단 3표차 ‘기사회생’
입력 2010-12-15 01:57
‘스캔들의 왕’ 실비오 베를루스코니(74) 이탈리아 총리가 위기 탈출의 명수답게 다시 살아남았다.
베를루스코니는 14일 오후 하원 신임투표에서 314표의 지지를 얻어 불과 3표 차이로 통과했다고 AP통신이 보도했다. 앞서 오전 상원에선 162표의 신임을 얻어 불신임 135표를 무난히 이겨냈다.
◇승리 배경 및 진행 과정=베를루스코니 총리가 신승을 거둔 데는 현 경제 상황이 작용한 것으로 분석된다. 그는 유로존 위기에 긴축정책과 일사분란한 지휘로 무난히 대처해 왔다는 평가를 받아왔다.
반(反)베를루스코니 의원 그룹인 이탈리아 미래와 자유(FLI) 소속 일부 의원들이 불신임이 몰고 올 정치적 혼란을 우려해 반대표를 던지는 것에 주저하는 분위기가 이미 감지됐다. 베를루스코니 총리도 ‘매표 행위’ 비난까지 들으면서 입장을 정하지 않은 FLI 의원들을 대상으로 막판까지 설득 작업에 주력했었다.
부패 의혹과 성추문이 끊이지 않았던 베를루스코니 총리는 지난달 미성년자 성매매 의혹이 터지면서 벼랑 끝 위기에 내몰렸다. 이에 의회 신임 투표라는 초강수 카드를 내걸었다.
정치적 동지에서 정적으로 돌변한 지안프랑코 피니 하원 의장의 사임 압박이 가장 큰 부담이었다. 피니 의장은 2008년 현 집권당인 ‘자유국민당(PDL)’을 함께 설립해 총선을 승리로 이끌었다. 하지만 총리의 잇단 스캔들과 함께 정책 갈등까지 겹치자 반발해 지난 7월 결별한 뒤 계파 의원 34명을 이끌고 FLI를 결성했다.
이 때문에 집권당이 다수당인 상원에서의 신임 투표는 선방이 예상됐으나 사실상 다수당의 지위를 잃은 하원에서의 전망은 예측불허였다.
◇앞으로 어떻게=불신임 투표를 통과함에 따라 베를루스코니 총리는 2013년까지의 임기를 보장받을 수 있게 됐다. 그는 이미 신임투표를 위해 FLI 등 일부 야권 의원들에게 장관직을 제안한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의회 장악력이 떨어지면서 의회 기능 정상화를 위한 조기총선 체제로 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AFP통신은 전망했다.
베를루스코니 총리는 여러 가지 구설과 성추문에도 불구하고 불사조처럼 일어나 16년 동안 세 차례나 총리가 됐다.
손영옥 선임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