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군가 당신을 엿본다”… CCTV, 하루평균 83차례 찰칵
입력 2010-12-14 21:30
#1. 지난 6월 18일 오전 9시45분, 대학생 A씨는 경기도 구리시 교문동 자택을 나와 서울 구의동, 명동, 잠실동 쇼핑몰을 방문하고 오후 11시20분 귀가했다. A씨는 약 14시간 동안 민간 CCTV에 112차례 노출됐다.
#2. 지난 6월 19일 대학생 B씨는 실습을 위해 서울 가산역에서 지하철을 타고 대방역과 송정역을 방문한 뒤 귀가하는 동안 59차례 CCTV에 찍혔다.
시민들은 일상생활을 하면서 개인이 설치한 CCTV에 하루 평균 83.1차례 노출된 것으로 조사됐다. 사우나, 찜질방 등 목욕시설은 10곳 중 7곳꼴로 CCTV가 설치돼 있다.
국가인권위원회는 14일 서울 무교동 인권위 사무실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민간 부문 CCTV 설치 및 운영 실태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인권위는 민간 CCTV의 급격한 증가로 사생활 비밀의 자유 등 기본권 침해 우려가 높다는 판단에 따라 지난 4월부터 6개월간 실태조사를 벌였다.
조사 결과 민간 CCTV는 주택가, 상가, 대학, 도로, 시장, 교통시설 등 생활 전 영역에 설치돼 시민들의 움직임을 감시하고 있었다.
직장인, 대학생, 주부 등은 일상생활을 하는 동안 하루 평균 83.1차례 CCTV에 촬영된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지하철, 버스 등 대중교통을 이용할 때나 쇼핑몰을 방문했을 때 노출 빈도가 높았다.
충남 천안에 사는 대학생 C씨는 버스와 지하철을 환승해 학교에 가는 동안 62차례 CCTV에 찍혔다. 주부 D씨는 서울 삼성동 코엑스 쇼핑몰에 오전 10시43분부터 오후 2시12분까지 4시간가량 머무르는 동안 무려 110차례나 CCTV에 찍혔다. 직장인 E씨는 서울 지하철 2호선 낙성대역에서 집까지 3분간 511m를 걷는 동안 20차례 촬영됐다. 시간으로 따지면 9초에 한 번꼴이다.
찜질방, 목욕탕, 사우나, 수영장 등 전국 420개 대중 목욕시설을 조사한 결과 301곳(71.7%)에 CCTV가 설치된 것으로 확인됐다. 하지만 CCTV 설치 사실을 고객에게 알린 곳은 145곳(48.1%)에 불과했다. 알몸 노출 우려가 높아 CCTV 설치가 금지된 목욕실(6곳), 탈의실(79곳), 발한실(32), 수면실(36곳)에서도 CCTV가 다수 발견됐다. 공중위생관리법 시행규칙에는 목욕탕의 출입문, 카운터, 신발장 등 사생활 침해 위험이 비교적 적은 곳에만 CCTV를 설치할 수 있도록 했다. 하지만 조항을 위반해도 처벌 조항이 없는 실정이다.
영상을 최대 400배 확대할 수 있고 적외선 촬영, 음성녹음 기능까지 탑재한 CCTV도 민간에 보급된 것으로 나타났다. 인터넷을 통한 영상정보 수집과 원격제어가 가능한 CCTV 시스템이 해킹돼 사생활이 침해된 사례도 나왔다. 실제 인터넷 포털 사이트 검색을 통해 CCTV 원격조정 화면이나 CCTV 시스템 해킹법을 쉽게 찾아낼 수 있다.
인권위 관계자는 “민간 CCTV가 무분별하게 보급되면서 사생활 보호 문제가 발생하고 있지만 관련법이 제대로 정비되지 않아 의견 표명을 준비 중”이라고 말했다.
전웅빈 기자 imu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