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 연평도 도발] 연평도 장병들 수기 눈길… “무섭고 두려웠지만 분노 차올라 피흘리며 반격”

입력 2010-12-14 18:37


지난달 23일 북한의 연평도 포격 당시 긴박했던 상황을 담은 연평부대 장병들의 체험 수기(手記) 내용이 공개됐다.

해병대사령부가 14일 전투에 참가한 장병 가운데 즉각 대응 사격에 임했던 포 7중대 장병들과 사상자 치료·후송을 담당했던 의무실, 포탄이 집중적으로 낙하된 본부지역 장병 등 12명의 수기 내용을 1차로 발표했다.

당시 연평부대 소속 장병 중에는 2명의 전사자와 다수의 부상자가 발생했다. 환자를 치료하는 과정에서도 의무실 주변에 11발의 포탄이 떨어지는 절대적인 위기가 직면했다.

전입온 지 3개월이던 의무병 강병욱 이병은 “적의 포격이 계속되는 상황에서 (나도) 살고 싶었지만 환자를 살려야 한다는 마음에 ‘모두 대피하라’는 방송도 무시한 채 환자를 치료했다”며 “하얀 천으로 덮인 고 문광욱 일병을 구급차에 실을 때는 살리지 못한 죄책감뿐이었다”고 참담했던 당시 심정을 밝혔다.

자동사격이 불가능하자 수동으로 사격에 가담했던 3포반장 김영복 하사는 “맞고 당할 수만 없어 억울하고, 분노에 차올라서 신속히 포탄을 준비해 반자동으로 사격에 가담했다”며 “솔직히 (당시 상황이) 무섭기도 했지만 포반원을 살리고 싶었다”고 기록했다. 김 하사는 포의 파편에 귀 옆을 맞아 피를 흘리면서도 포반원들을 신속히 대피시켰다.

이밖에 의무실에서 피로 얼룩진 부상자의 손을 잡고 “기도밖에 할 수 있는 것이 없었다”는 하승원 대위(군종목사)와 근무에 진입했던 3명의 생사가 확인되지 않아 애를 태웠던 한훈석 상사, 포탄이 언제 터질지 모르는 상황에서도 군종목사와 함께 화재 진압에 몸을 던진 백종협 병장의 모습 등 본부지역의 사연들도 담겨 있다.

화성=김도영 기자 doyou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