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윤실 2010 신뢰도 조사, 성인 17.6%만 “한국 교회 신뢰”-“교회 지도자·교인, 언행일치 보여야”

입력 2010-12-14 18:39


한국 기독교에 대한 사회적 신뢰도가 다시 떨어졌다. 성인 6명 중 1명 정도만 한국 교회를 신뢰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종교별 신뢰도나 호감도에서는 가톨릭, 불교에 밀렸다. 한국 교회의 ‘저(低)신뢰’ 상황을 극복하기 위해서는 우선 교회 지도자와 성도들이 언행일치의 삶을 보여줘야 한다는 지적이다.

◇뒷걸음질치는 교회 신뢰도=기독교윤리실천운동(기윤실)은 14일 ‘2010 한국 교회의 사회적 신뢰도 조사’ 결과를 공개했다. 조사는 리서치 업체 GH코리아에 의뢰, 전국 성인 남녀 1000명을 상대로 이뤄졌다. 공식 발표 및 세미나는 15일 오후 서울 남산동 청어람 사무실에서 진행된다.

한국 교회를 신뢰하느냐는 질문에 응답자 17.6%만이 ‘신뢰한다’(매우+약간)고 응답했다. 지난해 조사 때의 19.1%보다 1.5% 포인트 하락했다. 반면 ‘신뢰하지 않는다’(별로+전혀)는 지난해(33.5%)보다 크게 증가한 48.4%나 됐다.

한국 교회 신뢰도를 5점 척도로 환산하면 2008년 2.55점에서 지난해 2.82점으로 반등했다가 올해 다시 2.58점으로 떨어졌다. 3년 동안 계속 ‘신뢰하지도 불신하지도 않는’ 수준인 3점을 밑돈 것은 한국 교회의 낮은 신뢰도가 어떤 특정한 사건의 영향 때문이 아니라 구조적 문제임을 시사한다고 기윤실은 분석했다. 응답자 특성별로 보면 ‘여성’ ‘60대 이상’ ‘수도권(서울, 인천·경기)’ ‘학력이 낮을수록’ 교회에 대한 신뢰도가 높았고, 불교세가 강한 것으로 알려진 ‘부산·울산·경남’ 지역에서는 신뢰도가 상대적으로 더 낮았다.

◇사회봉사는 열심, 언행은 불일치=구성 요소별 신뢰도에서는 ‘교인’(16.5%), ‘목회자’(22.2%), ‘교회 활동’(26.5%) 순으로 신뢰도가 증가했다. ‘사람’의 문제가 한국 교회 신뢰도를 낮추는 주 요인임을 보여준 셈이다. 가장 신뢰하는 종교 기관을 묻는 질문에서 개신교(20.0%)는 가톨릭(41.4%), 불교(33.5%)에 이어 세 번째로 조사됐다. 가톨릭에 대한 평가가 3년째 상승세를 보인 반면 기독교는 지난해 2위에서 3위로 내려왔다. 종교별 호감도 역시 개신교가 22.4%로 가톨릭(35.5%)과 불교(32.5%)에 뒤졌다. 무종교자(47.0%) 중 67.0%는 향후에도 종교를 가질 생각이 없다고 했으며, 가질 의향이 있는 응답자 가운데는 가톨릭이란 응답이 14.2%로 가장 높고 그 다음이 기독교(10.6%)였다.

◇한국 교회, 지도자들이 바뀌어야=예수의 가르침 및 행동에 대한 신뢰 정도는 40.2%로 나타나 한국 교회 신뢰도보다 월등히 높았다. 이 간극을 좁히고 교회 신뢰도를 높이기 위해 바꿔야 할 대상으로는 가장 많은 28.3%가 ‘교회 지도자들’을 지적했고 ‘교회 운영’(20.7%), ‘교인들의 삶’(18.8%) 등이 뒤를 이었다. 개선돼야 할 부분으로는 응답자 38.8%가 ‘교인과 교회 지도자들의 언행일치’를 들었다. 이어 ‘타종교에 대한 관용’(29.7%), ‘재정 사용의 투명화’(13.0%), ‘사회봉사’(12.3%) 등 순이었다. 향후 한국 교회 신뢰도 제고를 위한 중요 사회적 활동 중 1순위는 ‘봉사 및 구제활동’(48.2%)이 꼽혔다.

조사를 분석한 김병연 서울대 경제학부 교수는 “낮은 사회적 신뢰도는 한국 교회 성장에 큰 제약으로 작용할 것”이라며 “한국 교회가 다시 건강해지려면 교인 수 증가보다 교인의 영적, 윤리적 성장에 초점을 맞추는 목회가 요청된다”고 말했다.

지호일 기자 blue51@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