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온병 사건’ 이어 예산안 문제까지… 한나라 지도부 책임론 가열
입력 2010-12-14 21:41
예산안 강행 처리와 사후 처리 과정을 놓고 한나라당 내 책임론이 좀처럼 가라앉지 않고 있다. 지도부의 대처 능력에 문제가 있다는 지적이 잇따라 나오면서 안상수 대표와 김무성 원내대표를 겨냥한 문제제기가 이어지고 있는 상황이다. 그러나 당 지도부는 책임론을 일축하며 관망 모드로 돌아섰다.
당내 경제통인 이한구 의원은 14일 라디오 인터뷰에서 “예산 처리의 책임자는 원내대표”라면서도 “그동안 쌓였던 불만이 터져나온 것이라면 책임질 사람은 더 위로 올라갈 수 있다”며 안 대표를 겨냥했다. 이 의원은 “당 지도부가 자리를 추구하는 형태로 움직이면 당은 큰 피해를 본다”고 쓴소리를 했다.
수도권의 한 초선 의원은 “당 지도부가 ‘보온병 사건’으로 놀림감이 됐다가 이제는 비난의 대상이 됐다”며 “안 대표가 물러나야 한다”고 직격탄을 날렸다.
삼삼오오 당의 진로에 대해 논의하는 모습도 관측된다. 개혁 성향 초선의원 모임인 민본21은 15일 회의를 열기로 했다. 지도부 책임론 및 당·청 관계 변화 등을 요구할 가능성도 제기된다. 간사인 김세연 의원은 “예산 사태와 사후 처리 과정에 대해 논의가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반면 지도부 퇴진론이 적절하지 않다는 목소리도 적지 않다. 소속 의원 대부분이 강행 처리에 동참한 상황에서 책임론을 증폭시키는 건 옳지 않다는 것이다. 당 대표까지 물러나면 당이 더 혼란스러워질 수 있고, 이명박 정부의 레임덕을 야기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이군현 원내 수석부대표는 “정책위의장의 사퇴로 예산 파동은 일단락됐다”며 “당 대표를 흔들기보다 호시우행(虎視牛行)하는 자세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당 지도부는 추가 인책론을 일축하고 사태 추이를 관망하는 모양새다. 안 대표는 지도부 책임론에 대해 “일부에서 하는 얘기”라고 했고, 김무성 원내대표도 “(한나라당 의원) 171명 중 그런 말 하는 사람이 몇 명이나 되겠느냐”고 선을 그었다.
본인이 물러날 것이라는 관측이 일각에서 제기되는 데 대해 김 원내대표는 “전쟁이 나면 후방 교란이 문제”라며 “나는 물러설 마음이 없고 생각해 본 적도 없다. 다 떠도는 얘기들”이라고 말했다. 안 대표도 “더 이상의 당·정 문책은 없다”고 밝혔다.
하지만 다른 사안에는 말을 아꼈다. 이날 오전 예정됐던 원내대책회의는 김 원내대표가 고심 끝에 취소한 것으로 전해졌고, 15일에 열릴 예정이던 최고위원·중진의원 연석회의도 취소됐다. 당 관계자는 “회의가 열리면 예산 문제를 꺼내야 하는데 현 상황에서는 무슨 이야기가 나오든 도움이 되겠느냐”며 분위기를 전했다.
여당의 내홍은 이번 주가 고비가 될 것으로 보인다. 주말 이후에도 지도부 문책론이 이어진다면 지도부 추가 퇴진은 물론 당·청 관계 재편까지 거론될 가능성이 크다. 그러나 비판적인 목소리가 자칫 여권 분열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오고 있어 당분간 소강상태에 빠져들 여지도 없지 않다.
유성열 기자 nukuva@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