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건보개혁법 일부 첫 위헌 판결… 버지니아 법원 “건보상품 의무 가입 헌법에 위배”
입력 2010-12-14 18:29
미국 버지니아주 연방판사가 13일(현지시간) 건강보험개혁법 가운데 개인에 대해 의무적으로 건강보험 상품에 가입토록 한 조항이 헌법에 위배된다고 판결했다. 건보개혁법 위헌 판결은 이번이 처음이다.
따라서 지난 3월 통과된 건보법의 위헌 여부에 대한 연방 대법원의 최종 판결이 주목된다. 특히 내년부터 하원 다수당을 차지하는 공화당의 건보법 철폐 공약에 정치적 탄력이 붙을 것으로 예상된다.
버지니아주 연방지법의 헨리 허드슨 판사는 공화당 소속 케네스 쿠치넬리 주 검찰총장이 건보개혁법 내용 중 2014년까지 건보 가입을 의무화하고 비(非)가입자에게 벌금을 물리게 한 조항이 위헌이라고 제기한 소송에서 이같이 판결했다. 이번 판결은 건보개혁법에 대해 제기된 20여건의 소송 중 하나로, 앞선 2건의 연방지법 판결에선 합헌이었다.
2002년 공화당의 조지 W 부시 대통령에 의해 임명된 허드슨 판사는 “기본적인 건보상품에 대한 가입 의무조항은 헌법 조문과 기본정신의 범위를 벗어난다”고 위헌 이유를 밝혔다. 또 “지금까지 판결들은 헌법상 상업 관련 조항에 대해 개인이 자신의 자발적 의사와 관계없이 시장 상품을 구매하도록 허용하는 식으로 확대 해석하지 않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 같은 논리는 그동안 ‘건보법이 개인 권리를 침해한다’는 공화당의 주장과 맥을 같이하는 것이다. 하지만 허드슨 판사는 건보상품에 의무적으로 가입하지 않을 경우 벌금을 물리기로 한 조항에 대해서만 위헌 판결을 내렸을 뿐, 나머지 법안 내용 전체에 대해선 위헌이라고 판단하지 않았다.
버락 오바마 대통령의 개혁 트레이드마크인 건보법 개혁에 대해 위헌 판결이 내려지자 행정부는 즉각 항소의 뜻을 나타냈다. 법무부 대변인은 성명을 통해 “실망스러운 판결”이라며 “연방정부는 여전히 건보개혁법이 합헌이라고 믿는다”고 밝혔다. 위헌 판결을 받은 조항은 2014년까지 시행되지 않기 때문에 당장 건보개혁법에 영향을 주지는 않는다.
건보법 철폐가 최우선 과제인 공화당은 버지니아주 판결을 계기로 각주에서 정치적인 ‘철폐 운동’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
워싱턴=김명호 특파원 mhki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