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혼합대출’ 활성화… 장기·고정금리 가계대출 늘린다

입력 2010-12-14 18:30


금융위 내년 업무계획 뭘 담았나

금융위원회는 14일 새해 업무의 기본방향을 ‘미래로 세계로, 함께하는 선진금융’으로 잡았다. 주요 20개국(G20) 서울 정상회의를 성공적으로 개최한 자신감을 바탕으로 선진 금융시장 기반을 다지는 한편 서민들과 선진금융 혜택을 나누겠다는 것이다. 하지만 업무계획 전반이 너무 ‘친서민 금융’쪽에 치우친 느낌이다. 근본적인 시스템 개선보다는 금융기관에 부담을 지우는 규제책들이 나열돼 있어 향후 추진과정에서 논란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다급해진 가계대출·PF 부실=급증하는 가계빚과 부동산 프로젝트 파이낸싱(PF) 부실은 내년에 금리 인상 속도가 빨라지면 금융권에 핵폭탄으로 작용할 수 있다. 그래서 금융위는 이날 청와대에서 이에 대한 ‘선제대응’을 강조했다. 주목되는 부분은 과도한 금리부담 억제책이다. 정부는 이를 위해 가계대출 중 93%나 되는 변동금리 대출을 장기금리와 고정금리 대출로 점차 확대토록 할 계획이다. 방식은 혼합대출 상품 활성화. 예컨대 대출금의 일부분을 고정금리·분할상환조건으로 하거나 일정기간 뒤 고정금리로 갈아타는 상품이 거론된다. 아울러 원금과 이자를 함께 갚아나가는 원금분할상환 대출임에도 거치기간(이자만 내는 기간)을 계속 연장해 사실상 만기일시상환대출과 같은 주택담보대출의 원리금 상환구조를 개선하기 위해 거치기간 연장을 제한할 방침이다. 부동산경기 급락과 금리 인상 시 변동금리 대출 만기가 한꺼번에 도래할 경우 가계대출 부실의 충격을 최소화하기 위해서다.

정부는 또 대출금의 전체 상환기간 중 인상한도를 설정한 뒤 금리가 조정될 때마다 1회 인상한도를 설정하고 월 상환액 증가 한도도 설정해 과도한 상환 부담을 덜어주기로 했다. 다만 이 같은 대출금리 변동 폭 제한 조치는 당장 고객 부담은 완화될지 모르지만 시중 금리 왜곡을 부를 수도 있어 은행권 반발이 예상된다.

PF 부실의 경우 자산건전성 분류기준 및 충당금 적립 강화, 자체 상각, 구조조정매입 등을 통해 대응하겠다고 밝혔다. 그러나 이들 대책은 이미 재탕·삼탕 끌어다 쓴 정책이지만 저축은행 부실은 오히려 불어나고 있어 선제적이고 근본적인 대책으로는 미흡하다는 지적이다.

◇서민 금융, 일자리, 신성장 동력 지원확대=정부는 서민 금융의 원년이었던 올해에 이어 새해에는 더욱 내실을 다지기로 했다. 미소금융의 경우 성실히 빚을 갚는 사람에게 대출을 추가로 늘려주거나 금리를 깎고 이미 납부한 이자를 돌려주기로 했다. 지난 7월 출시돼 1조3000억원이 대출된 햇살론의 경우 향후 5년간 목표액을 10조원으로 늘릴 방침이다. 우대금리가 적용되는 보금자리론의 지원대상 확대와 금리 인하책은 물론 대부업체의 법정 상한금리도 44%에서 39%로 추가 인하하는 방안도 포함돼 있다. 개인연금과 퇴직연금에 대한 상품운용 규제완화와 함께 노인장기요양보험 보완책도 고령화 대비 대책으로 눈길을 끈다. 정부는 2008년 도입된 요양보험이 대상범위가 제한적인 점을 감안, 민간이 운용하는 실손형 장기간병 보험 상품을 개발토록 지원할 계획이다.

일자리 창출을 금융부문에서 뒷받침하기 위해 반도체 및 철도장비 제조업, 소프트웨어 개발 등 13개 고용창출 효과가 높은 기업에 정책자금 공급을 늘리기로 했다. 또 기업이 고용노동부 운영 취업알선 사이트를 통해 신규인력을 채용하면 금융기관이 금리 인하 및 수수료 감면 등 인센티브를 제공토록 했다.

이동훈 기자 dhle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