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 왕따’ 中, 기댈 곳은 인도?… 원자바오, 400명 대동하고 5년 만에 인도 방문

입력 2010-12-14 18:29


중국이 ‘아시아 왕따’에서 벗어나기 위해 인도에 대한 구애작전에 나섰다. 원자바오(溫家寶) 중국 총리가 15일 인도를 5년 만에 방문한다고 월스트리트저널(WSJ)이 보도했다. 주요 2개국(G2) 국가로 부상하는 중국에 대한 미국과 아시아 국가들의 견제가 심화되는 상황이어서 주목된다.

◇경제 외교에 주력=원 총리는 3일간의 방문기간에 기업인 400명을 대동한다. 이는 영국 미국 프랑스 정상들의 인도 순방 때 수행했던 규모를 능가하는 것이라고 영국 일간 파이낸셜타임스(FT)가 14일 보도했다. 원 총리는 이들을 통해 200억 달러(22조8000억원)의 무역계약을 체결할 계획이다. 이는 지난달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의 인도 방문 시 체결했던 100억 달러의 배에 달한다.

FT는 양국의 무역액이 올해 600억 달러에 이를 것으로 예상된다면서 양국 지도자가 국경 문제 등 민감한 현안은 멀리하고 경제협력에 논의를 집중할 것이라고 전했다.

중국은 인도와의 자유무역협정(FTA) 체결을 적극 추진하는 한편 금융서비스 확대에도 관심을 표명하고 있다. 중국 주요 은행들의 인도 진출이 당장의 관심사다. 장옌(張炎) 주인도 중국대사는 원 총리의 방문에 앞서 13일 “세계에서 경제성장이 가장 빠른 양국 관계가 너무 취약하다”며 양국 간 FTA 체결과 관계 강화를 주문했다.

◇친디아 시대 열리나=중국은 인도와 지난 2년간 국경 문제, 비자 문제, 댐 개발 문제, 중국의 친파키스탄 정책 등 갖가지 문제에서 외교적 마찰을 빚었다.

중국이 인도에 대해 손을 내미는 건 아시아에서 중국의 입지가 좁아지는 데 따른 타개책으로 분석된다. 올 들어 중국은 일본과 댜오위다오(釣魚島·일본명 센가쿠 열도) 갈등을 빚었고, 베트남과는 남중국해 영토 갈등을 겪었다. 한국과도 천안함과 연평도 사건 이후 북한에 대한 미진한 대응으로 관계가 껄끄러워졌다. 기저에는 부상하는 중국의 위협론도 깔려 있다.

아시아·태평양 지역에서 미국의 영향력이 커지는 것도 중국에겐 부담이다. 오바마 대통령은 지난달 열흘 일정의 아시아 4개국 순방 중 인도에서 가장 긴 3일을 머물렀다. 당시 순방국엔 중국이 빠져 ‘중국 견제용’이라는 시각이 많았다. 청루이성(程瑞生) 전 인도주재 중국대사는 WSJ와의 인터뷰에서 “중국 지도부는 우리를 둘러싼 환경이 좋지 않다는 걸 알고 있다”고 말했다.

인도도 지난 10여년간 무역 규모가 20배로 증가하는 등 주요 무역 파트너로서의 중국을 무시할 수 없는 상황이라는 점도 ‘친디아(차이나+인디아)’ 시대를 열어가게 하는 배경이다.

손영옥 선임기자 yosoh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