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그룹, 또 확인서 제출… “제3자 담보나 보증 없다”

입력 2010-12-15 01:55

현대건설 인수를 두고 현대그룹과 채권단이 벼랑 끝 대치를 이어가고 있다. 채권단으로부터 14일까지 프랑스 나티시스 은행 차입금 1조2000억원의 대출계약서 제출을 요구받았던 현대그룹은 이날 대출계약서 대신 또다시 확인서를 제출했다. 채권단은 자료 검토에 착수하는 한편 15일 오후 주주협의회 운영위원회를 열고 현대건설 주식 매각 양해각서(MOU)의 해지 여부 등을 논의할 방침이다.

현대그룹이 채권단에 제출한 나티시스 은행의 2차 대출 확인서에는 “이번 대출과 관련해 제3자가 담보를 제공하거나 보증한 사실이 없다”는 내용이 추가됐다. 지난 3일 현대그룹이 제출한 1차 확인서에는 제3자의 관여 여부가 적시되지 않아 현대그룹이 자사에 우호적인 넥스젠캐피탈 등에 담보나 보증을 제공한 뒤 나티시스 은행으로부터 대출받았을 것이라는 의혹이 제기됐었다.

2차 확인서에는 또 “적법한 대출에 따라 인출된 자금이 현재 현대상선 프랑스법인의 두 계좌에 그대로 들어있다”는 내용도 포함돼 해당 자금이 불법 가장납입금일 수 있다는 의혹을 일축했다.

현대그룹 관계자는 “채권단의 대출계약서 및 부속서류 제출 요구는 인수·합병(M&A) 역사상 유례를 찾아볼 수 없고 국제 규준에도 어긋난다”면서 “채권단도 이 같은 불법성을 알기에 마감시한을 11시간 앞두고 그에 준하는 텀 시트(Term Sheet·세부 계약조건을 담은 문서)를 제출해도 무방하다고 통보해 왔다”고 밝혔다.

채권단 관계자는 “일단 매각주관사와 법률자문사를 통해 자료 검토를 하는 한편 조만간 주주협의회 운영위원회를 열고 관련 내용을 논의할 것”이라고 말했다. 현대그룹과 맺은 풋백옵션에 대해 구체적인 내용을 밝혀 달라는 요청을 받았던 동양종합금융증권도 이날 채권단에 소명자료를 제출했지만 관련 내용은 함구했다.

현대자동차그룹은 현대그룹이 대출계약서 제출을 거부한 만큼 현대그룹과의 MOU를 즉각 해지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한편 김용태 한나라당 원내부대표는 “법적 하자 소지가 충분한데도 채권단이 본계약을 추진한다면 국민 세금이 투입된 정책금융공사와 외환은행, 우리은행에 대한 국정조사를 국회에 지속적으로 요구하겠다”고 말했다.

강준구 최정욱 기자 eyes@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