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려한 ‘잔칫상’… 개미들은 운다
입력 2010-12-14 18:32
코스피 2000시대… 향후 전망·과제
마침내 ‘주가 2000시대’가 다시 열렸다.
14일 유가증권시장에서 코스피지수는 전날보다 12.46포인트(0.62%) 오른 2009.05를 기록, 2007년 11월 7일(2043.19) 이후 3년1개월 만에 2000 고지를 밟았다. 금융위기 이후 주요국 가운데 빠른 속도의 경기회복과 실적 개선을 바탕으로 이뤄낸 성과라는 평가다. 하지만 2000시대가 얼마나 지속될지, 개인 투자자들까지 온기가 퍼져 나갈지에 대해서는 일각에서 우려도 나온다.
◇개미들은 아직 겨울=“마음은 흐뭇한데, 배는 안부르네요.” 오전 11시 현대증권 서울 무교지점. 투자자 김모(63)씨가 시세 전광판을 바라보며 한숨을 내쉬었다. 개장하자마자 코스피지수가 3년여 만에 2000을 돌파하며 상승하고 있지만 김씨가 투자한 종목은 지지부진해서다. 그는 “주가는 봄인데, 개별 종목은 아직 겨울 같다”고 쓴웃음을 지었다.
대우증권 서울 송파지점에서 만난 주부 장모(52)씨도 “주가가 2000을 넘었다지만 싼 주식을 쥐고 있는 우리 같은 사람은 별로 재미를 못 보고 있다”고 말했다.
증권업계에서 내년 증시가 2000 초·중반까지 상승할 것을 부인하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 금융위기 이후 개선된 기업 경쟁력과 시중 유동성 등 달라진 경제 환경 때문이다. 하지만 ‘개미’ 투자자들은 불안하다. 실제 자신이 투자한 종목이 많이 오르지도 않았다. 아직은 현실과 괴리가 큰 모습이다.
◇2% 부족한 2000시대=코스피지수는 10월 말부터 100포인트 이상 올라 수익률이 6.70%다. 하지만 삼성전자 같은 대형주만 올랐다. 이 기간 대형주 수익률이 8.77%인 데 반해 중형주는 -1.66%, 소형주는 -3.73%로 오히려 떨어졌다. 코스닥지수(515.00)는 금융위기 이전 수준(600선)까지 한참 남아 아직 찬 겨울이다.
대형주 투자 비중이 높은 외국인과 기관 투자자와 달리 중소형주나 코스닥에 투자를 많이 하는 개인 투자자들이 주가 상승을 체감하지 못하고 있는 이유다. 이런 탓인지 개미들은 여전히 투자를 꺼리고 있다. 대우증권 명동지점 김종훈 차장은 “개별 종목이나 코스닥 종목은 올해 고점 대비 20∼30% 빠진 상황”이라며 “펀드 환매도, 투자도 머뭇거리며 눈치보기를 하고 있다”고 말했다.
증시 전문가들은 국내 증시에서 외국인 투자자에 대한 의존도가 심한 것과 대형주 및 일부 업종만의 독주를 우려한다.
현대증권 배성진 펀드애널리스트는 “외국인 투자자가 올해 국내 주식을 19조원 이상 쓸어 담고, 최근 정보기술(IT)주 등 대형 우량주가 반등하면서 2000 돌파에 결정적인 기여를 했다”며 “환차익 때문에 외국 자본은 계속해서 들어올 것이고, 이에 따라 코스피·코스닥 시장 간 양극화, 투자자별 수익 차별화가 커질 것 같다”고 말했다.
올해 급성장한 랩어카운트 역시 대형주 위주로 투자하다 보니 이런 추세를 부채질하고 있다는 것. 그는 “개인들은 2000 넘으면 뒤늦게 증시에 들어올 가능성이 크다”며 “소액 투자자들은 주식형펀드 등을 통해 간접투자를 늘리는 게 좋을 것”이라고 말했다.
강현철 우리투자증권 투자전략팀장도 “단기간에 코스피지수가 가파르게 상승한 측면이 있다”면서 “주가가 급락하는 일은 없겠지만 연초까지 랠리가 펼쳐진다면 성장주나 대형주 위주로 투자하는 게 당분간 좋을 것”이라고 말했다.
백민정 기자 백상진 인턴기자 minj@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