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 외무, 박의춘 면전서 “北 연평도 포격 규탄”
입력 2010-12-14 21:51
북한 입지 좁힌 러·북 외무 회담
러시아가 북한의 연평도 도발과 핵시설 건설에 대해 정면으로 비판과 우려를 표명하고 나섰다. 이는 인도적·경제적 지원을 얻으려는 북한의 입지도 위축시킬 것으로 보인다.
러시아 세르게이 라브로프 외무장관이 13일(현지시간) 박의춘 외무상을 만난 자리에서 연평도 포격 사건을 “규탄받아 마땅한 행동”이라고 비판했다.
라브로프 장관은 박 외무상에게 “남한 영토를 포격해 인명의 손실을 가져온 건 규탄받아 마땅한 행동이라는 점을 확인한다”고 말했다. 러시아 외무부는 회담 뒤 언론발표문으로도 이 같은 내용을 공개했지만, 포격 사건과 인명손실의 주체로서 북한을 명시하지 않는 외교적 입장을 취했다. 라브로프 장관은 또 “일련의 대규모 군사훈련으로 한반도에서 군사·정치적 긴장이 높아지고 있다”며 한·미·일 해상 연합훈련에도 부정적인 입장을 밝혔다.
러시아는 북한의 연평도 포격 사건 당일인 지난달 23일 북한을 비난하는 성명을 발표하는 등 수차례 북한의 책임을 지적했다. 하지만 북한 외무상을 만난 자리에서 이를 규탄한 건 처음이다. 러시아 일간 리아노보스티 등 현지 언론도 “라브로프 장관이 북한의 연평도 포격을 비난하면서 4명의 희생을 초래해 전쟁 위협을 고조시킨 점을 비판했다”고 일제히 보도했다.
라브로프 장관의 이런 발언은 지난 3월 천안함 폭침 때의 신중한 반응과 대조된다. 당시 러시아는 사건 5일 뒤에야 외무부 대변인을 통해 사망자에 대한 조의를 표했다.
북한 영변 핵시설에 대해서도 라브로프 장관은 “산업적인 우라늄 농축 시설을 영변에 건설한 과정이 깊이 우려된다”면서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의 결의 1718호와 1874호를 이행할 것을 촉구한다”고 말했다. 안보리 결의는 2006년과 2009년 북한의 두 차례 핵실험 때 채택된 것으로 핵무기 개발과 실험 중단, 핵확산금지조약(NPT) 복귀를 요구하는 내용이다.
박 외무상은 15일까지 러시아에 머무를 예정이다. 14일엔 6자회담 한국 수석대표인 위성락 한반도평화교섭본부장도 모스크바에 도착했다. 김성환 외교통상부 장관은 “러시아가 상황을 객관적으로 보고 있다”며 “러시아가 우리와 같은 입장을 가지고 볼 수 있도록 위 본부장과 외교부가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와 관련해 러시아 외무부는 “라브로프 장관이 회담에서 남북한 관계의 데탕트(화해)와 대화 재개, 정치적 외교적 수단을 통한 양측의 분쟁 해소가 중요하다는 점을 특히 강조했다”고 밝혔다.
북한 중앙통신은 북·러 외무장관 회담을 보도하면서 “평화적 핵활동은 자주적 권리라는 우리 측 입장에 러시아 측이 유의하였다”고 전했다. 라브로프 장관의 발언 중 연평도 사건을 규탄하고 연변 핵시설을 우려한 내용은 보도하지 않았다.
김지방 기자 fattyki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