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장률은 높여잡고 물가상승률은 3%로 낮춰… 정부 ‘두마리 토끼’ 잡을까

입력 2010-12-14 22:03


정부가 14일 제시한 내년도 경제성장률 ‘5%’는 민간·국책 연구기관들의 전망치보다 0.5% 포인트 이상 높다. 그러면서 오히려 물가상승률은 한국은행(3.5%)이나 한국개발연구원(KDI·3.2%)보다 더 낮게 봤다. 성장률은 높이고 물가상승률은 3%로 묶어 두 마리 토끼를 잡겠다는 전략이다. 정부가 내년 경제 상황을 너무 낙관적으로 보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기획재정부 관계자는 “낙관적이라고 말할 때는 1% 포인트 이상 차이가 날 때 하는 말”이라면서 “지금은 세계경제 전망 등에서 미묘한 차이 때문에 소폭 차이가 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실제 정부가 전망한 세계 경제성장률은 국제통화기금(IMF)과 같은 수준인 4.2%. KDI 4.1%나 한은 4.0% 등에 비해 긍정적이다.

전문가들은 이 같은 정부 전망치에 ‘정책적 의지’가 반영된 것이라고 평가했다. 유병규 현대경제연구원 경제연구본부장은 “정부는 경제 전망기관이 아니라 운용기관이고, 이 때문에 (전망에) 정부의 정책 의지가 반영될 수밖에 없다”며 “대신 정부가 목표로 삼은 5% 성장을 달성하기 위해 내수 활성화 등에 힘을 더 기울여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근태 LG경제연구원 연구위원은 “5%도 불가능한 것은 아니지만 우리는 상대적으로 세계경제의 위험 요인들을 크게 보는 것”이라면서 “아무래도 정부는 긍정적인 측면을 강조하는 것 아니겠느냐”고 말했다.

성장률 제고와 물가상승률 억제는 상충되는 목표다. 그런데도 정부는 성장률은 국내외 기관 중 가장 높게 제시했고, 물가상승률은 민간연구소들과 비슷한 3% 수준으로 봤다. 고용부문에서는 재정부문 일자리가 줄어듦에 따라 취업자 증가 수가 올해(31만명)보다 적은 28만명 정도에 그칠 것으로 예상했다. 황수경 KDI 연구위원은 “고용 전망치를 보면 우리가 예측한 것과 크게 다르지 않다”며

“그럼에도 성장률을 높게 본 것은 정책적으로 성장률을 높이겠다는 의지가 반영된 것 아니겠느냐”고 말했다.

반면 정부가 내놓은 내년도 경상수지 흑자 폭은 올해(290억 달러)보다 대폭 줄어든 160억 달러로, 한은(180억 달러 흑자) 전망보다도 낮다.

조민영 기자 mymin@kmib.co.kr